[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내 이야기 자꾸 그려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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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작가’ 정유미 씨 / ‘감정평가사’ 이정호 씨

정유미 그림책작가(맨 오른쪽)를 만난 서울가원초 6학년 김나현 양(왼쪽)과 경기 도덕초 4학년 이지민 양. 정 씨는 “그림책 속 그림을 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미 그림책작가(맨 오른쪽)를 만난 서울가원초 6학년 김나현 양(왼쪽)과 경기 도덕초 4학년 이지민 양. 정 씨는 “그림책 속 그림을 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생이 만난 그림책작가

매년 3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 책 전시회인 ‘볼로냐 아동도서전’이 열린다. 이 전시회에서는 어린이 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볼로냐라가치상’ 시상식도 진행된다.

지난해 그림책 ‘먼지아이’로 이 상의 뉴호라이즌 부문(아시아·남미·중동·아프리카의 작품) 대상을 받은 그림책 작가 정유미 씨. 그는 올해도 그림책 ‘나의 작은 인형상자’로 픽션 부문(창작동화·그림책) 우수상을 받았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2년 연속 볼로냐라가치상을 받은 것.

정 씨는 어떻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그림책을 그리게 됐을까. 서울 송파구 서울가원초 6학년 김나현 양과 경기 광명시 도덕초 4학년 이지민 양이 최근 정 씨를 서울 마포구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긴 문장, 그림 하나에 ‘쏙’

정 씨는 애니메이션 영화감독이자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볼로냐라가치상을 받은 그림책 ‘먼지아이’와 ‘나의 작은 인형상자’ 모두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다시 낸 것. 이 양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으시나요”라고 질문하자 정 씨는 “경험에서 얻는다”라고 답했다.

자신의 인형상자를 여행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작은 인형상자’는 어릴 적 상자로 인형의 집을 직접 만들었던 정 씨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소설 작가와 그림책 작가는 어떻게 다를까.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과는 달리 그림책은 내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그림 몇 개와 짧은 글로 이야기를 표현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자신의 인형상자를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워하는 내용이라면 소설에서는 ‘어떡하지. 친구들에게 보여주기에는 부끄러운데. 친구들이 놀리면 창피할 거야’처럼 여러 문장으로 나타낸다. 반면 그림책에서는 ‘주인공이 부끄러운 마음에 황급히 인형상자의 문을 닫는 모습’을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해야 한다.

“표현력 중요해요”

김 양은 “어릴 적부터 그림책 작가를 꿈꾸셨나요”라고 정 씨에게 질문했다. 정 씨는 “무언가를 그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던 어린이였고 그림을 그리는 직업을 꿈꿨다”고 답했다.

그림책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그는 “독자가 그림만 보고도 이야기를 한 번에 이해하게 만드는 표현력이 중요하다”면서 “표현력을 기르려면 나의 생각과 느낀 점을 자꾸 그려보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정 씨는 어린이들에게 그림으로 일기 쓰기를 추천했다. 또 다양한 경험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많은 것을 보고 느껴야 자신만의 표현방식이 생긴다는 것.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만 보게 되면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돼요. 일본 애니메이션도 보고, 유럽 작가의 그림책도 읽으면서 생각을 넓혀나가는 것이 좋아요.”(정 씨)

그는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했다.

“그림책은 초등 저학년이나 유아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는 어린이가 적지 않지요. 하지만 초등 고학년과 어른을 위한 그림책도 무척 많답니다. 글이 빼곡한 소설과는 달리 그림책은 그림을 보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등 상상력을 키울 수 있어요.” (정 씨)

이정호 감정평가사(오른쪽)을 만난 서울 영파여고 2학년 고경선 양. 이 씨는 고 양에게 “감정평가사는 자산 가격의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공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감정평가사(오른쪽)을 만난 서울 영파여고 2학년 고경선 양. 이 씨는 고 양에게 “감정평가사는 자산 가격의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공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땅·건물 가치 공정하게 평가” ▼

○고교생이 만난 감정평가사


땅이나 건물의 경제적 가치를 조사해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를 평가하는 직업인 ‘감정평가사’.

경제에 관심이 많은 서울 영파여고 2학년 고경선 양이 최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삼창감정평가법인 사무실에서 이 회사 기획이사인 이정호 감정평가사를 만났다.

자산평가엔 ‘공정성’이 생명

고 양이 “감정평가는 어떻게 이뤄지나요”라고 묻자 이 씨는 “토지의 가격을 평가할 때 실제 토지정보가 담긴 토지대장과 같은지를 확인한 후 공시지가와 실제 거래가격 등을 비교해 적정 금액을 산출한다”고 답했다.

이렇게 산출된 금액은 △보유한 자산에 대해 얼마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지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얼마의 돈을 빌릴 수 있는지 △정부가 공익사업을 위해 개인 사유지를 사들일 때 얼마의 금액에 구입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할 때 기준으로 활용된다.

감정평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A가 B에게 땅을 사려고 할 때 B가 팔고자 하는 금액과 A가 지불하려는 금액이 일치하면 감정평가를 맡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해당 땅값에 대해 A와 B의 의견이 크게 다를 땐 감정평가사라는 제3자가 개입해 적정한 땅값이 얼마인지 판단해 줄 필요가 있다.

이처럼 감정평가사는 자산 가격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공정성’이 필요하다.

이 씨는 “10억 원인 땅을 제가 11억 원으로 평가하면 그 땅을 사는 사람은 1억 원을 손해 보게 된다. 누군가 이득을 보면 또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보므로 공정한 일처리가 중요하다”며 “현장에 나가 조사를 하다 보면 의뢰인이 ‘고생한다’며 음료수를 건넬 때가 많지만 자칫 ‘공정하지 못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웬만하면 거절한다”고 말했다.

갈등 조정했을 때 보람 느껴

국가전문자격증인 감정평가사는 한국감정평가협회가 자격증을 발부하고 관리한다. 이 씨는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전공 제한은 없지만 경제학과, 부동산학과, 도시계획학과 등에 진학하면 감정평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고 양이 감정평가사란 직업의 전망에 대해 묻자 이 씨는 “정보가 많아지면서 감정평가사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늘어나 예전보다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예를 들어 과거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할 경우 감정평가사가 담보의 가격을 평가했지만 요즘엔 인터넷상에 가격자료가 많아 은행에서 별도로 감정평가를 맡기지 않아도 담보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것.

“그래도 감정평가사의 미래는 밝습니다. 재건축 사업처럼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충돌해 제3자의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은 계속 있으니까요.”(이 씨)

감정평가사는 언제 보람을 느낄까. 이 씨는 “자신이 감정평가를 한 결과에 이해 당사자들이 수긍해 사업이 무리 없이 진행됐을 때”라고 답했다.

“2010년 서울 대치동 청실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감정평가를 담당했어요. 재건축 사업의 경우 현재 살고 있는 집의 평가가격에 따라 입주 후 내는 돈이 달라집니다. 입주민들에겐 매우 예민한 문제지요. 제가 평가한 금액이 적절한지 반복해서 검토했어요. 감정평가 후 입주자들 대부분이 수긍했어요. 그 덕분에 재건축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답니다.”(이 씨)

글·사진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글·사진 윤지혜 기자 yo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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