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보드게임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배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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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교육, 학교현장을 가다

《 “모형 강아지를 게임판 위 시작점에 올려놓으세요. 자, 이제 강아지를 움직일 또 다른 게임판인 ‘컨트롤러’를 보세요. 컨트롤러 판에 ‘전진’, ‘왼쪽으로 90도 회전’, ‘전진’ 카드를 순서대로 올린 다음 카드가 지시하는 순서대로 게임판 위의 강아지를 움직여볼까요? 강아지가 어디로 어떻게 이동할까요?”

14일 인천 서구 신석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 학생들은 김영준 담임교사(영재학급 지도교사)의 지도에 따라 강아지 모형을 움직이는 보드게임을 시작했다. 컨트롤러 판에 학생들이 올려놓는 카드는 일종의 소프트웨어 ‘명령어’인 셈. 아이들은 자신들이 배치한 명령어 순서에 따라 별도 게임판 위에 놓인 모형 강아지를 움직였다.

명령어는 점차 ‘전진→회전→점프→반복’으로 더 다양해졌고, ‘메모리’라 쓰인 카드를 배치하면 별도로 배치해놓은 명령어 체계를 불러오는 단계로까지 게임은 더욱 복잡해졌다. 결국 학생들은 강아지를 특정 지점까지 옮길 수 있도록 만드는 명령어 체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엔트리봇 보드게임’이라 불리는 이 게임은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래밍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보드게임을 통해 알기 쉽게 교육하기 위한 방편. 김 교사는 “놀이 위주의 활동을 통해 컴퓨터가 연산하고 자료를 전달하는 방법을 쉽고 재밌게 학습하게 된다”고 말했다. 》
프로그래밍 교육용 게임인 ‘엔트리봇 보드게임’을 통해 명령어 체계를 배우고 있는 인천신석초 학생들. 윤지혜 기자 yooon@donga.com
프로그래밍 교육용 게임인 ‘엔트리봇 보드게임’을 통해 명령어 체계를 배우고 있는 인천신석초 학생들. 윤지혜 기자 yooon@donga.com
교육계에서는 요즘 ‘소프트웨어 교육’이 화두다. 소프트웨어는 2018년부터 초중학교에서 정식 교과로 채택된다. 소프트웨어 특성화 대학을 지원하는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최근 “대학들이 소프트웨어 전공 신입생 선발을 확대하고 이 분야 특기자 전형의 신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프트웨어가 지배할 미래 세계를 이끌 인재를 배출하려는 국가적 목적이지만 학부모들은 일단 걱정이다. 소프트웨어를 또 하나의 ‘과목’으로 여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실체는 무엇일까?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로 선정한 인천신석초, 경기 덕이초, 인천청라중의 교육현장과 2009년부터 로봇동아리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는 마포고 사례를 살펴봤다.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 NO, 마우스 드래그하며 끝!

경기 덕이초 학생들은 카드 뒤집기 놀이와 같은 수업을 통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알기 쉽게 배우고, 이렇게 쌓은 지식을 토대로 컴퓨터를 이용해 특정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다. ‘%’ ‘#’ 같은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설계하는 대신에 모니터에 나타나는 ‘50만큼 움직이기’ ‘1초 기다리기’ ‘―50만큼 움직이기’ ‘반복하기’와 같은 내용이 담긴 블록을 마우스로 작동하는 손쉬운 방식으로 간단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만든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담당하는 이 학교 장준형 교사는 “동화 ‘피노키오’에서 바다에 빠져 고래 배속에 갇힌 제페토 할아버지와 피노키오가 만나는 장면을 프로그래밍해보라는 과제를 냈는데 학생들이 각기 다른 결과물을 냈다. 피노키오가 할아버지를 찾아가는 루트도 서로 달랐고 바다와 고래 배속을 표현한 색깔도 달랐다”면서 “창의력을 발휘해 과제를 수행하게 될 뿐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래밍을 하기 위해 몇 번이고 작업을 반복하는 과제집착력도 생겼다”고 말했다.

인천청라중은 중학생들이 특히 관심이 높은 애플리케이션의 제작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스마트폰을 흔들면 특정 소리나 음악이 흘러나오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교육이다.

이 학교 김남희 교사는 “학생들이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한 앱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적용한 뒤 직접 흔들어보면서 자신이 원했던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즉석으로 확인하니 수업 집중도와 흥미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최미정 미래부 소프트웨어 교육팀장은 “소프트웨어 교육의 방향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늘어나는 쪽이 아니라 쉽고 재밌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익히는 데 있다”면서 “평가의 경우 학생들의 성취도를 잘함, 보통, 미흡 등으로 크게 나눠 평가함으로써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는 것을 두고 논의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실생활 소재를 찾아 상상하라

소프트웨어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문서작성 등 컴퓨터 활용능력을 다루던 기존 컴퓨터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보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는 것. 실생활 속 소재로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과제를 내면 교육효과는 더 높아진다.

마포고에서 로봇동아리를 이끄는 서성원 교사는 초음파 센서를 활용해 학생들이 직접 실생활에 필요한 가전제품이나 기계의 작동 프로그램을 설계하도록 했다. 초음파 센서가 거리를 인식하는 원리를 응용해 실생활 속 기계를 설계하라는 과제에 대해 학생들은 ‘벽과의 거리를 센서가 인식해 10cm 이내면 뒤로 빠져서 옆으로 돌아라’ 같은 명령어로 소프트웨어를 만든 로봇청소기 등을 고안해냈다.

서 교사는 “실생활 속 내용을 소프트웨어 교육에 접목하면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와 열의가 높아지고 더 깊이 상상하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기본 아이디어를 활용해 다양한 결과물로 만들어낸 과정을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를 통해 어필하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김재성 kimjs6@donga.com·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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