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나폴레옹은 ‘어머니 콤플렉스’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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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프랭크 매클린 지음/조행복 옮김/1144쪽·3만8000원·교양인

서양에서 예수 다음으로 평전을 통해 많이 다뤄진 인물 중 한 명은 나폴레옹일 것이다. 그만큼 흥미로운 동시에 해석하기 난해한 인물이기 때문이리라. 그중에서도 특히 ‘나폴레옹은 영웅인가, 독재자인가’라는 주제는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 논란처럼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네버엔딩 스토리’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나폴레옹의 숙적 영국의 후손이 썼다. 역사가이자 유명 전기 작가인 저자도 서문 첫머리에 “이 책은 감히 나폴레옹 전기의 최종판임을 주장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저자의 겸양과 달리 책의 내용은 분량만큼이나 심층성을 띠고 있다. 이 중 나폴레옹의 모순적인 심리 상태와 사생활을 정신분석학 관점에서 해석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나폴레옹이 그를 사랑한 순결한 처녀를 버리고, 소문난 남성 편력에 자신보다 여섯 살 많았던 이혼녀 조제핀을 선택한 이유를 ‘어머니 콤플렉스’에서 찾는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부정을 본 나폴레옹이 조제핀을 통해 모친에 대한 양가적 감정(사랑과 미움)을 해소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나폴레옹의 모순은 프랑스 혁명의 계승자를 자처하면서도 사실상 독재자로 군림한 데에서도 나타난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지 불과 10년 만에 투표에서 그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프랑스 국민들의 심리도 모순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그가 군사적 모험에 사로잡혀 유럽 각국과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최소 400만 명이 희생된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그가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냉혹한 전체주의자는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량 학살을 벌이는 만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 대신 그는 자유주의 기본권을 보장한 이른바 ‘나폴레옹 법전’(1804년)을 편찬하는 등 문명사적 업적을 남겼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나폴레옹#프랭크 매클린#어머니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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