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왜 어른이 됐는데도 사는 게 버거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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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미하엘 빈터호프 지음/송소민 옮김/336쪽·1만5000원·추수밭

지난해 발간한 독일어판 원제의 직역은 ‘과도한 요구의 신화: 어른답게 행동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61세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2008년 펴낸 첫 책의 제목은 ‘왜 아이들이 폭군이 되는가’였다. 그는 ‘늘 과도한 요구에 시달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뭐든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오늘날 가정과 교육계의 규범이 레스토랑 의자에 올라가 날뛰는 아이들을 만들었다고 본다.

그의 저서는 ‘엄격한 규율에 대한 복종의 효용을 과신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세상살이에 만병통치 식의 지침이 없음을 인정한다면, 가족의 행복을 위해 늘 전력을 다함에도 갈수록 상황이 나빠진다고 생각한다면, 이 독일인 의사의 꼬장꼬장한 지적에는 씁쓸함을 삼키며 곱씹을 만한 내용이 있다.

“수많은 부모가 아이를 ‘자기 삶을 얼마나 잘 일궜는지 보여주는 척도’로 삼는다. 자신이 성공했고 사랑받는다는 기분을 얻기 위해 아이에게 의존하고 구애한다. 부모가 아이의 잘못에 관대해질 때, 심지어 잘못을 애정으로 보상할 때, 아이는 ‘뭐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주 빠르게 배운다.”

지은이는 ‘직장 문제를 노년의 부모와 상의하고 위로를 구하는 아이 같은 어른’으로 세상이 뒤덮인 현상의 탓을 디지털 정보의 과잉에 돌린다. 뭐든 즉시 찾아 얻을 수 있게 된 사회가 인류를 ‘재미없는 배움’으로부터 멀어지게 해 퇴행시키고 있다는 것. 극단적 단정이 이따금 눈에 걸리지만, 현대사회를 “목적 잊은 증빙서류 구비의 스트레스에 허덕이다 눈앞의 쾌락과 체념에 의존하는 이들의 쳇바퀴”로 본 그의 진단은 선뜻 부인하기 어렵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미하엘 빈터호프#과도한 요구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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