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자신이 곧 작품이 된 화가 반 고흐의 삶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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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반 고흐 이전의 판 호흐/스티븐네이페,그레고리화이트/스미스지음·최준영옮김/972쪽·4만5000원·민음사

반 고흐가 그린 1887년 작 ‘자화상’. 민음사 제공
반 고흐가 그린 1887년 작 ‘자화상’. 민음사 제공
1000쪽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에 200여 점의 작품. ‘화가 반 고흐 이전의 판 호흐’는 우선 양적으로 튼실하다. 판 호흐는 ‘반 고흐’의 네덜란드어 표기법이다.

이 책은 이 유명한 화가의 전기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두 사람이 ‘핀센트 판 호흐’라는 한 인물을 해부했다. 사랑했던 여성들에게 거절당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판 호흐의 삶이 소개된다. 저자들은 판 호흐가 특히 반복적으로 그린 그림을 통해 화가의 속내를 들여다보려 한다. 그는 ‘씨 뿌리는 사람’을 주제로 삼은 그림을 종종 그렸지만 이것은 농사일에 대한 숭고함을 나타낸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씨를 뿌리는 행위란 쉴 새 없이 붓을 놀려 습작을 거듭하는 화가의 노력을 상징하는 행위였다고 저자들은 본다. 연인 신 호르닉을 헐벗고 처참한 모습으로 그린 그림은 판 호흐가 인생에서 받은 상처와 고통의 드러냄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논쟁적인 부분은 반 고흐의 죽음의 정황에 대한 해석이다. 그간 반 고흐가 정신병을 앓다가 자살을 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두 저자는 타살설을 제기한다. 총에 맞은 위치로 볼때 자살보다는 우연히 일어난 총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주민들의 증언과 지인들의 인터뷰 기록을 토대로, 당시 인간관계를 갈망하던 반 고흐의 심리를 이용해 놀림감으로 삼은 10대 형제를 범인으로 추정한다. 고흐가 이런 소년들을 끝까지 보호해주고자 “권총으로 나를 쐈어”라는 말을 남겼다는 것이다.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려운 결론이지만, 자료에 바탕을 둔 저자들의 치밀한 고증은 흥미롭다. 사람과의 교류에 대한 고흐의 열망이 얼마나 컸는지도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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