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로맹 가리의 치열했던 삶과 유쾌한 자기고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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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의미/로맹 가리 지음·백선희 옮김/136쪽·1만 원·문학과지성사

이 작고 가벼운 책에 한 뛰어난 작가의 생애가 담겼다. ‘내 삶의 의미’는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1914∼1980)가 라디오캐나다 방송을 통해 들려준 회고를 담은 것이다. 로맹 가리는 한 작가에게 두 번 주지 않는다는 공쿠르상을 두 번 수상한 소설가다. 한 번은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소설을 써서였다.

권총 자살 하기 몇 달 전 로맹 가리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작가로서 작품에 담고자 한 것을 고백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어렸을 적부터 작가가, 외교관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이스크림 배달과 식당 종업원 등 온갖 일을 하면서도 쉬지 않고 글을 썼던 작가다. ‘내 삶의 의미’에는 작가로서 치열했던 생애 외에도 군인, 외교관 등으로 지냈던 그의 삶이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그려진다. 동료들이 몰래 수프에 위스키를 넣어 취해버린 로맹 가리는 전투기를 몰고 나가 폭격을 한다는 게 연습용 폭탄을 발사했다. 외교관 시절 그는 좋아하는 런던에서 오래 머물지는 못했는데 그가 잘 아는 대사가 떠나달라고 부탁해서였다. 이유는 로맹 가리 속 소설의 동성애자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오해해서였다.

여성과 사랑에 관한 깊은 애착을 볼 수 있다. 배우 진 세버그를 비롯해 여성을 향한 사랑이야말로 삶의 기쁨이자 문학적 동기였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나의 모든 책, 내가 어머니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쓴 그 모든 것에 영감을 준 것은 여성성, 여성성에 대한 나의 열정입니다. … 살면서 내가 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나의 모든 책 속에, 내가 쓴 모든 글 속에 이 여성성을 향한 열정을 끌어들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삶과 철학에 대한 재치 있는 고백들을 읽다 보면 얼마 뒤 그가 자살을 한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나는 내 소설 속에 있다”고 작가는 일찍이 밝혔다. 이 회고록은 소설 속에 있던 그가 소설 밖으로 나와서 들려주는 목소리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로맹 가리#내 삶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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