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가난은 당신탓이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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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조종되고 있다/에드워드 로이스 지음/배충효 옮김/448쪽·2만2000원·명태
◇가난을 팝니다/라미아 카림 지음·박소현 옮김/384쪽·1만7000원·오월의봄
‘가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 최강국 미국의 제도적 문제와 그라민은행의 민낯 파헤쳐

가난은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는 개인의 탓일까.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와 ‘가난을 팝니다’는 빈곤의 정치학을 다룬다. 정치제도를 개선하면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동아일보DB
가난은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는 개인의 탓일까.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와 ‘가난을 팝니다’는 빈곤의 정치학을 다룬다. 정치제도를 개선하면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동아일보DB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가 횡행하고 있다. 부가 대물림되고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서 커지고 있다. 외국에서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다. 외국의 연구 사례를 보면 우리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의 저자는 미국 롤린스대 사회학과 교수. 저자에 따르면 가난은 개인의 도덕적 해이와 나쁜 습관, 무능력에 기인하기보다 구조적인 문제다. 이런 전제에 따라 세계 최강국 미국의 빈곤율이 높은 이유와 정치, 사회 제도가 어떻게 빈곤을 부추기는지를 분석한다.

미국의 경우 4인 가족 기준으로 연간 세전 소득이 2만2025달러(약 2500만 원) 미만이면 빈곤층으로 분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08년 현재 빈곤층은 약 4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2%에 이른다. 빈곤의 대물림도 심하다. 아메리칸대 톰 허츠 교수(경제학)의 연구에 따르면 소득 하위 10%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돼 같은 소득 계층에 머무를 확률은 31.5%에 달한다. 반면 최상위 10% 소득 계층에 편입될 확률은 1.3%에 불과했다.

문제는 정치가 빈곤을 완화하지 못한다는 것. 영국 캐나다 등 8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정부 지출과 과세로 빈곤율을 평균 26.1%에서 9.8%로 낮췄다. 반면 미국은 23.7%에서 17%로 낮췄을 뿐이다.

빈곤을 지속시키는 제도적 문제점은 뭘까. 유럽 대다수 국가는 선거에 각종 비례대표제를 운영해 사회당처럼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미국의 승자독식 소선구제는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취약하다.

기업이 정치를 장악한 점도 지적한다. 정치인들은 값비싼 TV광고와 여론조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기업의 기부가 필수적이다. 2006년 로비 자금의 총규모는 25억 달러(약 2조8700억 원)에 이르며 공식 로비스트만 3000여 명에 달한다.

저자는 빈곤 해결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종 간의 거주지 분리를 꼽았다. 대부분 유색인종인 도시 빈민들은 사회적 고립을 겪고, 이 때문에 비슷한 처지의 어려운 사람들만 사귄다. 이들이 연줄과 명성이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가난을 팝니다’는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이 실시한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대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같은 방글라데시 출신의 저자는 현재 미국 오리건대 인류학과 교수다. 대표적인 빈민 구제 조치로 꼽혔던 소액대출 제도가 오히려 빈곤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소액대출은 빈민 여성이 주로 이용했는데, 실제 사용자는 대부분 이들의 남편이었다.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여성들은 대출금을 갚느라 더 큰 어려움에 빠졌다. 소액대출이 증가하면서 수혜 계층이 중산층으로 변한 것도 문제다. 은행은 대출금 회수 가능성이 높은 중산층에 돈을 빌려줬다. 저자는 금융자본이 농촌 생활에 끼어들면서 공동체의 연대의식을 약화시킨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가난을 팝니다#금수저#흙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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