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기억, 그것 하나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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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김새별 지음/240쪽·1만3000원·청림출판

공수거(空手去). 빈손으로 간다. 하지만 흔적을 남긴다. 생전에 쓰거나 소유했던 물건들….

저자는 유품 정리사로 숨진 이의 집이나 방을 청소하면서 나오는 유품을 가족에게 전달한다. 물론 쓸 만한 유품만 챙기는 건 아니다. 더이상 쓰지 못할 물건이나 쓰레기 등도 폐기처분하고 악취 제거, 소독, 해충구제 등의 궂은일도 해야 한다.

주로 가족이나 이웃 친지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고독사했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 혹은 범죄의 피해자가 된 사람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그들이 남긴 흔적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듣는다. 거기에는 그들의 삶의 모습대로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사람의 관심을 원하는 간절함이 담긴 경우가 많았다.

간암으로 숨진 뒤 보름 만에 발견된 50대 남성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열 가지’라는 메모가 나왔다. 메모의 마지막 소원으로 ‘시집가는 딸아이 모습 눈에 담기’가 있었다. 알고 보니 딸은 독일에 유학 중이었고 이 남성은 딸의 공부에 방해될까 암에 걸린 사실도 알리지 않고 쓸쓸히 숨졌던 것이다.

자신의 월급을 털어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다가 세상을 등진 아파트 경비원, 치과대학을 수석 졸업한 뒤 진로를 고민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 남성, 1등을 강요하며 폭력을 행사한 어머니를 살해한 뒤 방 안에 감춰뒀던 아들의 이야기 등 유품 정리를 하다가 접한 사연들은 하나같이 안타깝다.

반면 평소 연락도 안 하던 아버지의 유품 정리 현장에 와서 혹시 따로 숨겨둔 돈이 있는지 혈안이 돼 찾는 추한 자녀들의 모습에선 서글픔이 밀려온다.

책에 등장하는 서른 편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며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있음을 감사하고, 그냥 사는 것과 감사하며 사는 것의 차이를 깨닫기 바란다”고 말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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