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홍대 앞에서 살아남는 비법? 진짜 ‘나다운 장사’에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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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에서 장사합니다/양진석 지음/232쪽·1만4000원·소소북스
‘홍대 앞에서…’를 쓴 양진석 사장

막걸리바 ‘무명집’ 사장 양진석 씨. 소소북스 제공
막걸리바 ‘무명집’ 사장 양진석 씨. 소소북스 제공
서울 마포구 홍익대 주변 골목을 누비다 보면 눈길을 끄는 가게가 참 많다. 인터넷 검색만 하면 가격은 얼마인지, 맛과 서비스는 어떤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뚜렷한 개성을 뽐내는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 누군지, 그에게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는 알 수가 없어 늘 궁금했다.

그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 ‘홍대 앞에서 장사합니다’가 출간됐다. 책은 홍대 ‘힙스터’(Hipster·트렌드를 앞서가는 사람)를 사로잡은 사장 9명의 희로애락을 담았다. 주점, 이탈리아 레스토랑, 커피전문점, 수제버거, 빵집, 치킨집 등 종류도 다양하다. 창업을 준비하는 독자라면 창업 컨설턴트가 들려줄 수 없는 사장의 좌충우돌 경험담에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마포구 상수동에서 막걸리바 ‘무명집’을 운영하는 사장 양진석 씨(41). 전남 순천 출신인 그는 30년간 식육식당을 운영하며 고기를 손질하느라 손에 상처가 아물 날 없었던 성실한 부모 아래서 컸다. 미대에 진학했다 중퇴하고 직장인, 대필 작가 등으로 일하다 2010년 가게를 열었다.

―장사하면서 책까지 썼다.

“홍대 앞 작은 가게 사장들 중에는 문화·예술계에서 일하다가 밥벌이가 힘들어 가게 문을 연 사람이 많다. 문득 장사도 그들이 만드는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사도 예술 못지않은 숭고한 가치가 있을까’란 질문을 갖고 홍대 앞 사장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자영업자의 무덤’이라는 홍대 앞에서 살아남은 사장들에게 공통점이 있나.

“일본어로 ‘곤조(根性·근성)’라는 게 있지 않나. 그게 있었다. 그들은 ‘내 방식대로 간다’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가장 중요하진 않다’란 고집이 확고했다. 자신의 취향을 가게 브랜드로 만들고, 알바생을 안 쓰고 정직원과 일하는 등 ‘나다운 장사’를 했다. 정작 조리법엔 특별한 비법이 없었다. 사장이 직접 매일 좋은 재료를 챙기는 기본만 지켰다. 근데 기본 지키기가 가장 어렵다.”

―무명집만의 ‘곤조’가 있나.

“‘오늘 하루 좋은 친구 한 명만 사귀자’란 글귀를 카운터 옆에 써뒀다. 별의별 진상 손님이 많아서 힘들다가도 친절한 손님 한 명 모시고 나면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사르르 녹는다. 장사해서 좋은 점은 좋은 분이 찾아와 주고 친해질 때다.”

―홍대 앞에서 진짜 맛집을 고르는 비법을 알려 달라.

“사장들끼리 밥 먹어도 일단 검색은 한다. 근데 블로그는 정말 믿을 게 못 된다. 가까운 사람에게 묻는 게 가장 정확하다.”

―대필 작가로 일했는데, 장사가 글쓰기에 도움을 주나.


“손님을 택할 수 없으니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한 친화력과 관찰력이 생겼다. 그 덕분인지 사장들을 인터뷰하며 속내를 많이 끌어낼 수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책을 계속 쓰고 싶다.”

―예비 창업자에게 팁을 준다면….

“무모하지도 말고, 겁먹지도 말라.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이렇게만 말하고 싶다. 궁금한 게 있으면 e메일(shoutsider@naver.com)과 트위터(@Huge_tong)로 문의하면 친절히 설명하겠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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