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병원 장치, 우주의 구조… 일상속 숨어있는 수학의 역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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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TH BOOK 수학의 파노라마/클리퍼드 픽오버 지음/김지선 옮김·528쪽/3만5000원·사이언스북스

“미적분 배워서 어디다 써요?” 학생들의 이 같은 질문에 수학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답변은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려울 때가 많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부터 우주의 구조 해명까지, 수학 없는 현대 문명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모두가 수학을 사용해 일을 하지는 않는다.

젠체하는 것 같지만 ‘수학은 아름답다’는 말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수학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다룬다. 책을 펼치면 왼쪽에는 수학적 발견 한 가지를 요약한 텍스트가, 오른쪽에는 그와 관련된 그림 자료가 보인다. 아름다운 프랙털(확대해도 모습이 그대로 반복되는 복잡한 곡선) 이미지를 지그시 보다 보면 ‘하우스도르프 차원’ ‘알렉산더의 뿔난 구’ ‘콜라츠 추측’이 무엇인지 마치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작업에 동참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좋다. 개미가 거리를 잴 때 걸음 수를 센다는 것, 어떤 매미는 포식자들과 마주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13년과 17년, 즉 소수(素數)인 해에 땅 밖으로 나온다는 것, 한방에 사람을 23명만 모아놓으면 그중 적어도 생일이 같은 한 쌍이 있을 확률이 50%를 넘는다는 것, 삼각형의 세 내각을 3등분하는 직선들은 정삼각형을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저자는 우주가 수학의 기술 대상이 아니라 수학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수학적 우주 가설’을 소개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두툼한 반양장 제본 속의 화려한 컬러 이미지들이 서가에 꽂아 놓고 손님들에게 은근히 자랑하고 싶게 만든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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