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뒤늦게 빠진 사진의 매력… 이탈리아 핵심만 담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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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최상운 지음/328쪽·1만6000원/생각을 담는 집

이탈리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소장된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다비드’. 생각을 담는 집 제공
이탈리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소장된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다비드’. 생각을 담는 집 제공
‘또 유사품인가.’

표지를 들추기 전 책이 안길 인상을 저자 역시 알고 있다. “수많은 이탈리아 여행서가 나왔다. 거기 또 하나를 보태는 건 부질없는 짓일지 모른다.” 서문에 솔직히 고백했다. 차별성을 얻기 위해 택한 방법은 이 고백의 어투에서 짐작할 수 있다.

지은이는 한양대 법대를 졸업한 뒤 다시 중앙대 사진학과를 나와 프랑스에서 미학과 조형예술을 공부했다.

“늦은 나이에 사진의 매력에 빠졌다”는 그는 배워 얻은 바를 초조하게 다 털어내 늘어놓지 않았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더 어려운 말로 꼬아낸 문장에 알량한 권위의식이 깔려있음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정보의 물량이나 깊이를 경쟁하지 않고, 밟아 체험한 곳의 공간감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

사진이 많고 글은 짤막짤막 가뿐하다. 하지만 오브제별 단문이 스타카토로 흩어지지 않고 유연히 이어진다. 과거 이력과 현재의 쓰임을 이음매 없이 엮었다. 여행길 벤치에 앉아 잠깐 이야기를 듣다가 다음 장소로 옮긴 뒤 두 장소에 모두 얽힌 이야기를 이어 듣는 느낌이다.

대상은 로마, 바티칸,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이탈리아를 처음 찾은 여행자가 우선적으로 찾을 도시만 골랐다. 도시 전체를 학술적으로 재조명하지도, 발랄한 탄성과 함께 골목어귀 젤라토 가게 전화번호를 모아 붙여놓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유용하다. 말주변 좋지만 필요 이상으로 떠들어대지 않는 영리하고 예의 바른 가이드와 도시 구석구석을 거니는 기분. 하지만 참고문헌을 어디에도 명기하지 않은 데는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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