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남과 다른 내 아들… 그 아이와 행복찾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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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다른 아이들 1, 2/앤드루 솔로몬 지음/고기탁 옮김·각 872, 760쪽/각 2만2000원·열린책들
‘비정상 자녀’ 둔 300가족 이야기… 부모의 양육모습 절절하게 묘사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법 일깨워

‘사과는 사과나무 근처에 떨어진다’ 는 서양 속담이 있다. 자식은 부모를 닯는다는 뜻인데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부모와 완전히 다른 아이들이다. 부모들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면서도 사랑으로 극복하려고 헌신한다. 열린책들 제공
‘사과는 사과나무 근처에 떨어진다’ 는 서양 속담이 있다. 자식은 부모를 닯는다는 뜻인데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부모와 완전히 다른 아이들이다. 부모들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면서도 사랑으로 극복하려고 헌신한다. 열린책들 제공
‘그녀는 완전히 발가벗은 채 스타킹만 신고 있었으며 그 스타킹 역시 발목 높이까지 피에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양손에서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얼굴은 식인종처럼 하고서 몹시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끔찍한 공포영화의 한 장면일까. 아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자폐증이 있는 딸이 자해를 한 모습을 아버지가 묘사한 것이다. 머리를 벽에 찧거나 스스로를 물어뜯기도 하는 자해는 일부 자폐아의 특징 중 하나다.

이 책은 왜소증 다운증후군 자폐증 정신분열증 청각장애 트랜스젠더 등 ‘비정상적’ 아이를 둔 부모들의 양육 이야기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1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도 버겁지만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여기는 자녀들을 어떻게든 정상적 생활을 하게끔 만들고 싶은 부모들의 절절한 심정이 책 읽는 내내 가슴을 짓눌렀다. 수시로 찾아오는 절망에도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아이에게 헌신하는 부모의 모습은 애절하다 못해 숭고하게 느껴진다.

책에서 감동을 느꼈다면 저자가 10여 년간 ‘비정상 자녀’를 둔 300가족을 만나 직접 얘기를 들은 ‘팩트’의 힘도 한몫했다. 저자는 부모의 심정에 무조건 동정적이거나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역경을 이겨내고 행복과 마음의 평안을 찾은 부모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절망으로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심지어 자포자기 끝에 아이를 죽이는 얘기까지 진솔하게 담았다. 이 책은 또 ‘비정상’ 자녀의 질병이나 증세에 대한 찬반 논란, 각종 과학적 연구 결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사안 등을 광범위하게 보여주는 ‘내공’ 덕에 수기 모음집 수준을 벗어났다.

이런 이유로 2012년 미국에서 발간된 뒤 전미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뉴욕타임스 타임 이코노미스트 보스턴글로브 등 주요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12개의 장 중 1장과 마지막 장의 제목은 병이나 증세 명을 담은 다른 제목과는 달리 ‘아들’과 ‘아버지’다.

‘아들’은 바로 저자 자신이다. 저자는 어릴 적부터 여성적 취향을 보이다가 사춘기에 들어 비로소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한 아들이었다. 이성애자로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기대와 사회적 혐오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저자의 어릴 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버지’ 역시 그의 이야기이다. 성년이 된 그는 남편 존과 결혼을 했고, 체외수정으로 다른 여성을 통해 아이를 얻었다. 저자는 법적으로 아버지이자 가정에서는 어머니가 됐다. 그는 어릴 적 재앙과 같았던 게이라는 사실이 이젠 행복을 느끼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토로한다.

사회는 물론이고 부모 역시 자녀들이 다른 아이들과 ‘차이’를 갖는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부모들은 자녀가 정상인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 때문에 아이들이 감당 못할 짐을 지우는 일이 허다하다.

저자는 남과 다른 아이가 비정상이 아니라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부모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출발점이 된다. 그래야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닌 아이가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남과 다른 아이들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일깨운다. 매우 달라 보이는 이들이 사실 정상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 그리고 그걸 다양성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점 역시 깨우쳐 준다. 영국 가디언지의 서평대로 이 책은 차이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 대한 연구로 시작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서정보 기자suhchoi@donga.com
#부모와 다른 아이들#비정상 자녀#왜소증#다운증후군#자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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