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옛사람들의 삶에서 배우는 ‘잘 늙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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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풍경/김미영 등 지음/352쪽·2만5000원·글항아리

‘단풍에 가을비 내리는 소리/늙고 병든 가슴에 울리는구나./뼉다귀 속까지 울리는구나./저승에 계신 아버지 생각하며/내가 듣고 있는 가을비 소리./손톱이 나와 비슷하게 생겼던/아버지 귀신과 둘이서 듣는/단풍에 가을비 가을비 소리!’(서정주 ‘가을비 소리’·1991년)

일흔여섯 미당(未堂·1915∼2000)의 외로움이 뼈에 시리다. 그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늘그막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다.

성호 이익(1681∼1763)도 “낮에는 꾸벅꾸벅 졸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 곡할 때는 눈물이 없고, 웃을 때는 눈물이 흐르며, 30년 전 일은 모두 기억해도, 눈앞의 일은 문득 잊어버린다. 고기를 먹으면 배 속에 들어가는 것은 없이 모두 이 사이에 낀다”며 늙음을 한탄했다.

늙음은 누구한테나 온다. 이 책은 옛사람들의 삶에서 나타난 ‘노년의 지혜’를 담았다. 옛 그림까지 더해져 눈이 더욱 살찐다.

노년의 지혜는 자신을 낮추고 욕심을 버리는 데 있었다. 퇴계 이황(1501∼1570)은 하루 두 끼만 먹었다. 반찬도 무, 가지, 미역뿐일 때가 많았다. 농암 이현보(1467∼1555)는 임금이 수십 번이나 불렀지만, 한번 벼슬에서 물러난 뒤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이 일흔에 청나라로 끌려갔다가 75세에 고국으로 돌아온 청음 김상헌(1570∼1652)은 지조와 절개를 지키며 고향에서 두문불출했다. 보통 살아서는 천지에 순응하고, 숨을 거둘 때는 편안했다.

대부분 어진 자는 오래 산다(仁者壽). 조선시대 27명 임금의 평균수명은 46세였지만 청백리(219명)는 68세였다. 고려 왕들은 평균 42.3세까지 살았지만 스님들은 70.2세까지 수를 누렸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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