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마사이족 롱다리 비결은 ‘생우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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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유전자 남기고 싶다면 잘못된 식단 바로잡는 게 열쇠… 건강식에 대해 ‘4大 기둥’ 주장
◇왜 우리는 전통음식을 먹어야 하는가/캐서린 섀너핸 등 지음·박리라 옮김/452쪽·1만9500원·에코리브르

아프리카 유목민이 무기질이 풍부한 넓은 평원에서 좋은 풀을 뜯어먹으며 자라는 염소에게서 젖을 짜고 있다. 이 젖은 가열 처리하지 않고 먹어야 온전히 우유의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저자는 가능하면 생우유를, 차선책으로 유기농 우유나 요구르트를 먹으라고 권한다. 에코리브르 제공
아프리카 유목민이 무기질이 풍부한 넓은 평원에서 좋은 풀을 뜯어먹으며 자라는 염소에게서 젖을 짜고 있다. 이 젖은 가열 처리하지 않고 먹어야 온전히 우유의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저자는 가능하면 생우유를, 차선책으로 유기농 우유나 요구르트를 먹으라고 권한다. 에코리브르 제공
건강식 하면 떠오르는 게 뭘까. 채소를 먹어라, 탄수화물을 주의해라, 포화지방을 피해라,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음식을 먹어라…. 좀 더 아는 체를 하면 콜레스테롤 중에서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은 나쁘고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은 일면의 진실만을 담고 있거나 아예 틀린 경우도 있다.

저자는 건강식에 대해 ‘4대 기둥’을 주장한다. ‘뼈가 붙은 고기’ ‘내장’ ‘발효 및 발아 식품’ ‘신선하고 순수한 식물성 및 동물성 음식’ 등 ‘4대 기둥’은 지역을 불문하고 수천 년간 인류의 유전자에 필요한 영양소로 각인돼온 전통 식품이자 산업화 이후 잘못된 식단을 바로잡을 수 있는 열쇠라고 본다.

저자는 뼈에 붙은 고기와 내장을 설명하면서 지방(그중에서도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등에 대한 오해를 풀어준다. 기름기 많은 고기나 버터 등 동물성 지방은 마치 비만의 원흉처럼 여겨진다. 지방은 당과 마찬가지로 에너지의 원천이지만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인슐린 분비를 유발하지 않고 A, D, E, K 등 지용성 비타민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준다. 뇌의 발육을 돕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피부를 탱탱하게 만든다.

따라서 고기를 살짝 익혀 먹거나 뼈를 고아 육수를 먹는 것은 지방은 물론이고 비타민 무기질 콜라겐의 주요 공급원이 된다. 자연에서 나온 천연 지방은 당연히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간 콩팥 염통 등 동물의 내장도 추가한다. 내장은 지방과 비타민이 풍부해 면역력과 신진대사 속도를 높인다. 캐나다 유콘(알래스카) 일대의 원주민들이 비타민C의 공급원인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구할 수 없는데도 괴혈병에 걸리지 않는 건 바로 무스(사슴)의 콩팥 위에 있는 부신이 비타민C의 또 다른 보고라는 걸 경험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선조들이 즐겨 먹던 생우유에 대한 오해도 풀어준다. 현대인은 생우유를 세균 덩어리처럼 여기고 저온 살균한 우유가 위생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유에 열을 가하면 필수 아미노산과 효소가 파괴되고 유지방도 크게 줄어들어 생우유보다 무기질 등의 함량이 최대 6분의 1로 줄어들고 알레르기도 일으키기 쉽다. 따라서 방목돼 목초를 먹고 자란 소의 우유를 그냥 마시는 것이 가장 몸에 이롭다. 이것이 힘들다면 이런 우유로 만든 요구르트를 먹는 것이 좋다. 소젖을 주식으로 하는 아프리카 마사이족이 큰 키에 늘씬한 몸매를 갖게 된 비결이 바로 생우유 섭취다.

저자는 정작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으로 산업화 이후 개발된 식물성 기름과 설탕을 꼽는다. 이것이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심혈관계 질환의 원흉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올리브유 땅콩기름 버터 코코넛기름 등 전통적인 지방은 좋은 지방으로, 카놀라유 콩기름 해바라기유 면실유 옥수수유 포도씨기름 마가린 등 산업화 시대에 고온압착을 통해 만들어진 식물성 기름은 나쁜 지방으로 분류한다.

식물성 기름은 샐러드드레싱 시리얼 프렌치프라이 과자 머핀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식물성 기름이 열에 의해 산화되면 이른바 메가트랜스지방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인체의 정상적 지방 흡수와 배출을 막아 혈관 등에 지방이 축적돼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된다.

원흉 2호인 설탕(당분) 역시 자연 상태에선 섬유소 무기질과 함께 섭취하도록 돼 있지만 과일주스나 정제설탕 등을 통해 막대한 양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게 되면서 당분 과다를 유발한다. 액상과당 시럽 추출물 등의 이름으로 가공식품 속에 녹아있는 당분은 끈끈한 사탕처럼 세포와 혈관에 들러붙어 영양소 공급을 방해하고 백혈구의 활동을 저하시킨다. 각종 통증과 만성질환의 원흉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식단을 바꿔야 하는 동기가 확실히 부여된다. 그건 불균형한 식단의 결과가 유전자를 통해 자녀와 손자에게까지 바로 전달된다는 후성유전학의 이론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좋은 유전자도 식단 등에 따라 활성화되지 않거나 나쁘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녀의 건강뿐 아니라 외모 골격 키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이보다 강력한 동기 부여는 없을 듯하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왜 우리는 전통음식을 먹어야 하는가#건강식#4대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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