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예능 범람 시대… 교양물 전용 TV로 떼돈 버는 사나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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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존 헨드릭스 지음/이지연 옮김/434쪽·1만5000원·레디셋고

과학과 역사를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남자가 아내에게 물었다. “왜 하루 종일 다큐멘터리만 틀어주는 TV는 없지? 내가 해볼까?” 아내가 되물었다. “멋진 생각인데, 왜 테드 터너(CNN 설립자)가 아직 만들지 않은 거지?”

때는 1982년. 뉴스 전문 CNN, 스포츠 전문 ESPN, 영화 전문 HBO가 주목받던 때였다. 논픽션 전문 채널을 떠올린 사람은 있었겠지만 다들 “될 거면 벌써 누군가가 했겠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CBS가 과학 프로그램 ‘유니버스’를 방영하다 관둔 선례도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사업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결론을 내렸다. “테드 터너가 실수한 거다.”

이렇게 해서 1985년 6월 개국한 논픽션 전문 채널 ‘디스커버리’는 개국 30년 만에 215개국 18억 명의 가입자에게 28개 채널을 제공하는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했다. 디스커버리의 설립자가 쓴 이 책은 오락물이 범람하는 TV 시장에서 교양물 전용 TV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경영전략을 담고 있다. ‘틀면 나오는 TV’에서 ‘장르 선택 TV’로, 다시 ‘프로그램 선택 TV’로 진행돼온 TV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돌아보는 재미도 준다.

저자는 시장의 흐름을 앞서 읽어내고 먼저 움직였다. 1993년 주문형 비디오(VOD)와 비슷한 서비스인 ‘유어 초이스 TV’를 내놨고, 고화질(HD) 프로그램과 3차원(3D) 채널도 가장 먼저 선보였다. 1992년엔 전자책 아이디어까지 내 전자책 리더기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미디어 경영의 귀재인 그도 아직 해답을 얻지 못한 난제는 주문형 TV의 시대에 실시간 TV를 보존하는 방법이다. 원제는 ‘A Curious Discovery(호기심 많은 디스커버리)’.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디스커버리#TV#교양#경영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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