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작디작은 한 뙈기 숲에 小우주가 있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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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우주를 보다/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노승영 옮김/376쪽·2만 원·에이도스
1m³ 공간을 1년동안 ‘돋보기 관찰’… 생물학자가 숲 생명에 보내는 찬사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교수가 숲 바닥에서 자란 식물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그는 1㎥의 작은 숲 공간을 1년간 관찰하며 아무리 평범한 곳이라도 관심을 기울이면 경이로운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에이도스 제공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교수가 숲 바닥에서 자란 식물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그는 1㎥의 작은 숲 공간을 1년간 관찰하며 아무리 평범한 곳이라도 관심을 기울이면 경이로운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에이도스 제공
‘한 톨의 흙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리라.’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의 시 구절이다. 그렇다. 불교 화엄경의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다. 티끌 속에 우주가 들어 있다.

지은이는 작디작고 오래된 한 뙈기 숲에서 우주의 순환 질서를 보았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m(1m³)인 공간을 1년 동안 관찰했다. 가부좌를 틀고 물끄러미 지켜봤다. 인간의 관념 따윈 모두 내려놓았다. 그는 그 공간을 ‘만다라’라고 이름 지었다. 만다라란 우주의 질서를 그림으로 표현한 불화(佛畵). 깨달음의 경지를 뜻하기도 한다. 그는 선승이었고, 그 작은 숲은 그의 도량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척추동물과 곤충은 동물계 35개 문(門) 가운데 두 아문(亞門)에 불과하다. 동물계 큰 가지 중에 열에 아홉은 물(강, 바다, 호수, 지하수, 동물의 체내)에서 산다. 진화가 인류를 젖은 굴에서 끄집어 냈을뿐이다. 우리의 친척들은 아직 뒤에 남아있다.’

‘땅 위의 세계가 지배한다는 것은 환상이다. 낙엽 아래 흙 반 움큼에는 10억 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따뜻하고 축축한 흙은 온갖 생물의 보금자리다. 흙은 죽음을 먹고 산다. 모든 육상동물, 잎, 먼지, 입자, 배설물, 나무줄기, 버섯갓 등은 언젠가 흙으로 돌아간다. 그것들은 썩고 문드러져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된다.’

‘다람쥐는 꼬리를 들었다 내렸다 하며 나무줄기를 두드려 작은 북소리를 낸다. 그 진동은 나무구멍에 있는 동료들에게 곧바로 전달된다. 가을 번식기의 귀뚜라미는 한낮의 열기를 몸에 흡수한 오후 중반에 가장 시끄럽다.’

‘독수리 쇠콘도르는 죽은 동물만 먹는다. 죽은 사체의 은은한 향기를 찾아 하늘을 누빈다. 그러다 보니 도시 교외 가축도살장에 몰려든다. 마늘 냄새 나는 가스관 파손 부위에도 북적인다. 사냥꾼들이 쏘아 죽인 뒤 못 찾은 사슴, 토끼를 먹어대다가 납탄에 중독되기도 한다.’

‘사람이 만든 전구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열로 허비하는 데 반해 반딧불이는 발광에너지의 95% 이상을 빛으로 전환한다.’

‘용기 안에 곤충과 오래된 ‘뉴욕타임스’를 넣어두면 곤충은 성체로 자라지 못한다. 이에 반해 ‘더 타임스’ 위에서 키운 곤충은 성체에 도달한다. ‘더 타임스’에 좋은 기사가 많아서일까. 아니다. 뉴욕타임스 종이는 곤충번식 방해 호르몬을 방출하는 발삼전나무 펄프가 들어 있고, 더 타임스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 생물학자가 숲 생명들에게 보내는 찬사다. 우주는 거대한 생명공동체다. 인간은 결코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우리는 거대한 생명그물망의 한 코에 불과하다. 동물은 인간의 사촌인 것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나는 숲에서 불필요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깨달으니 외롭다. 내가 숲과 무관한 존재라는 사실이 아프다. 인류 문화와 땅의 마지막 연결고리가 끊기기 일보 직전이다. 초등학생들에게 기업 상표 20개와 우리 주변의 흔한 생물 20종을 맞혀 보라고 했더니 기업 상표는 대부분 맞혔는데, 생물 종은 거의 못 맞혔다. 난 숲을 관찰함으로써 나 자신을 더욱 뚜렷이 보게 되었다.”

지난해 미국국립학술원 선정 최고의 책이며 퓰리처상 논픽션부문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지은이는 ‘자연을 생물학자처럼 생각하고 시인처럼 쓴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의 스승인 세계적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으로부터도 ‘과학과 시를 넘나드는 자연문학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저작권 수입의 절반 이상을 숲 보존사업에 기부했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숲에서 우주를 보다#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숲#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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