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럭셔리 패션 하우스 ‘서울 상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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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망·육스 등 한국 찾아 글로벌 축제된 서울패션위크

최근 글로벌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꼽히는 ‘베트망’이 경기 남양주 와부읍 궁촌로의 한 창고에서 기습 판매 행사를 열었다. 일부러 자연 조명을 활용해 창고 분위기를 살렸다. ‘공식적인 가짜(Official fake)’를 주제로 한국의 짝퉁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베트망의 베스트 셀러 아이템이 불티나게 팔렸다. 판매 장소는 행사 하루 전에 공지됐지만 수 백명이 찾아와 긴 줄을 이뤘다. 베트망 제공
최근 글로벌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꼽히는 ‘베트망’이 경기 남양주 와부읍 궁촌로의 한 창고에서 기습 판매 행사를 열었다. 일부러 자연 조명을 활용해 창고 분위기를 살렸다. ‘공식적인 가짜(Official fake)’를 주제로 한국의 짝퉁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베트망의 베스트 셀러 아이템이 불티나게 팔렸다. 판매 장소는 행사 하루 전에 공지됐지만 수 백명이 찾아와 긴 줄을 이뤘다. 베트망 제공


 17일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궁촌로. 구불구불한 언덕 너머 커다란 창고 앞에 ‘베트망(VETEMENTS)’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 앞에는 수백 명이 줄을 섰다. 

 베트망은 프랑스 럭셔리 패션 하우스로 요즘 가장 뜨고 있는 브랜드로 통한다. 구조적인 형태의 청바지, 커다란 레인코트, 모자티 등 스트리트 문화를 재해석한 브랜드다. 전혀 전통적이지 않은 디자인으로 전통적인 하이패션 시장을 사로잡았다. 세계 패션 팬들은 그들의 신선한 패션과 마케팅에 열광한다.

 그들이 서울에 왔다. 이날 시작한 서울패션위크 기간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다. 그들의 서울 상륙 작전도 전례 없는 방식이었다. 보그, 데이즈드 앤드 컨퓨즈드 등 해외 유력 매거진들도 관심을 보였다.

 이달 17∼22일 열린 서울패션위크는 한국 패션계의 가장 큰 축제로 통한다. 한동안 우리 끼리만의 패션위크라는 오명도 썼다. 그러나 서울이 패션의 주요 도시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패션 하우스와 유통사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베트망을 포함한 글로벌 패션 플레이어들이 서울패션위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줬다는 평이다.

베트망의 ‘서울 상륙작전’ 

 앞서 베트망은 영국의 글로벌 럭셔리 온라인몰 ‘매치스패션닷컴’과 손잡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서울에서 창고 세일을 열 예정’이라며 종이박스가 쌓여 있는 사진을 올렸다. 판매 장소는 행사 전날 공지하겠다고 했다.

 행사 전날인 16일, 베트망 측이 공개한 장소는 남양주였다. 교외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지만 글로벌 패션 신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기대했던 서울의 패션 피플들은 아쉬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울이라더니 왜 남양주냐’ ‘대체 무슨 행사인지 너무 궁금하다’는 반응이 빗발쳤다. 아무리 한정판이라지만 청바지 한 벌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이 브랜드 옷을 사러 월요일 오후에 남양주까지 갈 사람이 있을까 모두 궁금해 했다.

 역시나 베트망의 서울 상륙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제품별로 한 사람이 하나씩만 살 수 있었지만 스토어 오픈 한 시간 안에 거의 모든 제품이 다 팔렸다. 창고 세일이라고 해 할인을 기대한 소비자도 있었지만 진짜 창고에서 판매한다는 것이지 할인은 없었다. 베트망의 대표 아이템인 레인코트는 20분 만에 팔렸고 135만 원 짜리 청바지, 74만5000원의 빨간색 후드 스웨트셔츠 등 준비된 2500피스가 모두 한국 소비자의 손으로 간 것이다. 

 이날 한정판으로 선보인 베트망 컬렉션의 주제는 ‘짝퉁’이었다. 한국의 짝퉁문화에 ‘감명’을 받아 이를 재해석했다는 게 베트망 측의 설명이다.

 “한국은 우리에게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에요. 한국에서 뭔가를 하고 싶었죠. 그러던 중 누가 서울 동대문에서 팔리고 있는 베트망의 ‘짝퉁’ 사진을 보내줬는데, 우리 옷을 재해석한 게 흥미로웠습니다. 굉장히 멋진 것도 있더군요. 그래서 우리도 우리의 베스트셀러를 가짜처럼 또다시 재해석해 보면 어떨까 싶었죠. 그래서 이번 컬렉션의 이름이 ‘공식적인 가짜(Official Fake)’입니다.”

 베트망의 최고경영자(CEO) 구람 그바살리아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베트망을 창립한 형제 중 뎀나는 디자이너, 구람은 CEO를 맡고 있다. 뎀나는 프랑스 패션 하우스 ‘발렌시아가’의 수석디자이너이기도 해 관련 일정으로 이번 행사에는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바살리아 대표는 W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패션계에서 한국은 1990년대의 일본과 같다. 놀랄 만큼 인기 있는 문화가 있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존재감을 알린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패션 온라인몰 ‘육스’와 ‘럭키슈에뜨’가 협업한 옷을 입은 모델들. 럭키슈에뜨 제공
글로벌 패션 온라인몰 ‘육스’와 ‘럭키슈에뜨’가 협업한 옷을 입은 모델들. 럭키슈에뜨 제공

한국 디자이너와 손잡은 ‘육스’ 

 14일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커먼그라운드에는 흥미로운 팝업 스토어가 나타났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몰 육스와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럭키 슈에뜨’의 협업을 알리는 팝업 스토어다. 양사가 함께 선보일 캡슐 컬렉션은 12일부터 육스에서 판매되고 있다.

 2000년 문을 연 육스는 패션, 디자인 소품, 아트 제품 등 1만여 개 브랜드 제품을 파는 세계적인 온라인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다. 한국에서는 ‘직구(해외 직접구매)’ 쇼핑몰로 알려져 있다. ‘MSGM’, ‘마르니’ 등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해 온 육스가 한국 디자이너와 함께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카 마르티네스 육스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국가가 아니지만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영향력에 있어서는 아시아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협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패션 시장을 선도할 뿐 아니라 인구의 90%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어 글로벌 온라인 패션몰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얘기다.

 마르티네스 대표는 “꾸준히 서울패션위크를 보러 왔는데, 그때마다 이 기간에 한국 브랜드와 협업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시대의 감성을 반영하는 컨템퍼러리한 느낌의 럭키 슈에뜨는 우리가 딱 원하는 브랜드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이번 방한 기간 중 한국의 다양한 브랜드와 파트너를 만나며 서울패션위크의 에너지를 느끼고 간다”라고 덧붙였다.

 아마존의 자회사인 패션 온라인몰 샵밥도 서울패션위크를 기념해 자사 웹사이트에서 한국 디자이너 특별전을 열었다. ‘제이쿠’ ‘푸시버튼’ ‘제니팍’의 키 룩을 보여주며 곧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샵밥은 특별전을 열며 “최첨단(cutting-edge)을 달리는 한국 디자이너들은 데님에서 니트웨어까지 모든 옷에 현대적인 재해석을 가미했다”고 평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베트망#육스#럭키슈에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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