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수포자’ 안돼! 일상대화도 수학적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초등자녀 수학교육, 학부모 ‘신(新) 풍속도’

초등 4학년 딸을 둔 부산의 학부모 A 씨는 딸의 수학문제집을 먼저 풀어보고 직접 지도할 만큼 아이의 수학교육에 적극적이다. A 씨는 딸과 대화를 할 때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섞어 쓴다. 얼마 전엔 자녀에게 “공부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야”라며 자녀가 모를 만한 표현을 일부러 넣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하고 묻는 딸에게 A 씨는 ‘다다익선’의 뜻을 바로 말해주지 않는 대신 다다익선이 들어가는 표현들을 열거한다. 주어진 예시를 토대로 딸이 다다익선의 정확한 뜻을 추론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A 씨는 “이해력과 추론능력이 있어야 수학을 잘 한다”면서 “대화를 할 때도 아이가 스스로 사고하고 추론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영어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됨에 따라 수학이 대입을 결정할 더욱 중요한 변수가 됐다. 이에 따라 초등생 자녀가 장차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학부모가 많다. 일찍부터 ‘수학 잘 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수학학습 지도를 하거나 문제풀이를 시키는 것을 넘어 △논리력 △문제해결력 △공간지각력 등 수학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체력’을 쌓아 주고자 다양한 층위의 교육을 시도하는 것이다.

일상대화도 수학적으로


가정에서 이뤄지는 대화도 아이의 수학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수단이다.

경기 남양주에 사는 어머니 한모 씨는 수학을 어려워하는 초등 3학년 딸과 대화할 때면 생각이 많아진다. 대화 속에 아이가 수학적 사고를 해볼 수 있는 단초를 녹여내기 위해서다. ‘날씨가 쌀쌀하다’는 정보를 알려줄 때도 아이에게 신문에서 숫자로 된 기온을 직접 찾아보게 하는 한편, 어제의 기온과 비교해 어느 정도의 쌀쌀함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는 딸보다 한 학년 위인 아들의 영향이 컸다. 담임교사로부터 영재교육을 권유받을 만큼 수학적 사고력이 뛰어난 아들은 평소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표현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한 씨가 “오늘 반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온 친구가 많았니”하고 질문하면 아들은 “4분의 3 정도 입고 왔어요”라고 분수의 개념을 이용해 답을 하는 것.

호기심 자극하는 과학교육부터


서울 노원구에 사는 어머니 B 씨는 초등 4학년인 딸이 내심 이공계열로 진학하길 바라지만 별다른 수학교육은 시키지 않는다. 가뜩이나 연산을 싫어해 수학성적이 좋지 않은 딸이 문제풀이 위주의 학원수업을 듣다가 수학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을까 염려해서다.

대신 B 씨는 딸을 방과 후 실험과학 수업에 4년 째 보내고 있다. 딸은 실험과학 수업을 들으면서 직접 설계도를 짜 스티로폼으로 인공부화기를 만들고, ‘일정 온도가 유지되도록 하는 방법을 찾겠다’며 직접 전파사를 찾아가 묻는 등 남다른 호기심과 탐구력을 보이고 있다.

B 씨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 수학문제 중에서도 식 가운데 있는 빈칸에 어떤 수가 들어가야 하는지를 맞히는 문제는 곧잘 푼다”면서 “호기심을 자극해 탐구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장차 수학공부에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손으로 이해하는 수학


충남 서산에 사는 학부모 황모 씨는 초등생 대상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이면서도 초등 2학년인 딸에게 연산을 가르치기 위해 주 2회 방과 후 교실을 따로 보낸다. 주산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황 씨는 “아이들을 가르쳐보니 연산이 안 돼 문제가 안 풀리기 시작하면 수학에 재미를 못 느낀다. 그렇다고 연산만 반복시키면 수학에 싫증을 낸다”면서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연산 능력을 키워줄 방법을 찾다가 어린 시절 배운 주산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일의 자리 숫자들이 더해져 십이 넘어 가면 십의 자리 숫자가 올라가는 추상적인 과정을 주판알을 손가락으로 직접 올리고 내리는 것으로 대신하면서 연산개념을 체득할 수 있다는 것.

이동환 부산교육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수학실력을 쌓으려면 한 가지 문제를 여러 방법으로 풀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호기심이 많은 초등학생 시기에 단순연산 훈련만 반복하면 자기 생각 없이 주어진 대로만 문제를 풀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서 “아이의 호기심을 발현시켜 주는 교육이 장기적으로 수학실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수진 genie87@donga.com·손근혜 인턴기자
#신나는 공부#수학#수학적 사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