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데니스 홍 교수 “인문학 잘 몰라도 사람을 고민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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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의 자녀 교육법

세계적인 로봇공학자인 데니스 홍 미국 UCLA 기계공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엉뚱한 사고를 치는 개구쟁이였지만 아버지에게 단 한 번도 혼난 적이 없다”면서 “자유로운 사고를 하며 도전적인 실험을 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yooon@donga.com
세계적인 로봇공학자인 데니스 홍 미국 UCLA 기계공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엉뚱한 사고를 치는 개구쟁이였지만 아버지에게 단 한 번도 혼난 적이 없다”면서 “자유로운 사고를 하며 도전적인 실험을 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yooon@donga.com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홍원서·44).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기계공학과 교수이자 로멜라(RoMeLa) 로봇연구소장인 그는 6세 아들을 둔 아버지이자 ‘브라이언’과 ‘찰리’의 아버지이다. 브라이언은 2009년 개발한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찰리는 2011년 개발한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번뜩이는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생명을 부여받은 이 로봇들은 ‘로봇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홍 교수의 작품이다.

그의 상상력과 창의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홍 교수를 최근 만나 자녀를 창의인재로 키우는 방법을 들어봤다.

실수와 실패를 포용해준 부모님

데니스 홍 교수가 개발한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
데니스 홍 교수가 개발한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
어린 시절의 홍 교수는 ‘엉뚱한 사고를 치는 개구쟁이’였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에게 단 한 번도 혼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집에 있는 텔레비전, 라디오, 세탁기를 모두 분해했다. 작동원리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초등생 때는 로켓에 빠져 화학실험을 하다가 작은 폭발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홍 교수의 부모님은 그가 호기심을 갖고 무엇인가를 하다가 벌이는 실수와 사고들을 이해하고 지지해줬다.

“아버지는 안전에 대해서만 주의하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어요. 호기심이 많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저를 이해해주셨죠. 그게 ‘공부’라고 생각하셨죠. 그때 일으킨 실수들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셨다면 저는 위축됐을 겁니다. 지금같이 자유로운 사고를 하지도 도전적인 실험정신을 갖지도 못했을 거예요.”(홍 교수)

철학책 읽기보단 ‘사람에 대해 고민’

‘창의융합형 인재’로 불리는 홍 교수에게 ‘인문학 공부법’을 묻자 홍 교수는 “인문학을 공부한 적은 없다”며 “평소 니체나 마키아벨리와 같은 철학자와 친하지 않다”고 웃으며 말했다.

“요즘 ‘인문학과 기술의 만남’과 같은 말을 많이 들어요. 그런데 전 인문학은 잘 몰라요. 다만 ‘사람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해요. 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왜 이 기술을 만들어야 할까’라고 질문한 뒤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답이 나오면 주저 없이 진행하죠. 전 문·이과를 넘나드는 학문에 통달한 창의융합 인재보다는 ‘인문적 성찰을 많이 하는 엔지니어’가 맞는 것 같아요.”(홍 교수)

항상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홍 교수. 자녀 교육에서도 자녀가 던지는 ‘왜’라는 강력한 질문을 흘려듣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라는 질문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것.

홍 교수는 여섯 살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선생님이다. 자신이 어렸을 때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느꼈던 만족감을 아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홍 교수는 “아들이 ‘왜’로 시작하는 질문을 하면 답을 꼭 눈으로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해가 지고 뜨는 현상의 원인이 궁금한 아들에게 ‘지구의 자전’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작은 인형을 붙인 공을 불 켜진 전등 앞에서 천천히 돌린다. 공은 지구, 인형은 아들, 전등은 태양인 것.

“눈으로 원리를 보면 훨씬 쉽게 이해하죠. 이렇게 아들과 시간을 보내면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동시에 아버지가 자기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게 되죠.”(홍 교수)

‘꿈 포기’도 진로 탐색

홍 교수는 좋은 부모의 역할 중 하나로 ‘자녀가 많은 경험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을 꼽았다. 단번에 좋아하는 일을 찾는 행운을 누리면 좋겠지만 자녀 스스로 ‘좋아할 수 없는 것’을 알아가며 ‘적성에 맞지 않는 꿈’을 하나씩 포기하는 것도 진로 탐색이라는 것.

홍 교수는 “꿈에 대한 환상이 크다면 그 직업의 ‘현실’을 알게 하는 것도 진로 탐색 과정”이라고 말했다.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어 홍 교수가 일하는 로멜라 연구소를 찾은 학부생 중 실망만 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로봇을 만들기는커녕 밤새 수학 수식을 풀고 컴퓨터 프로그램 코딩 작업을 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다. 환상을 갖고 동경하던 로봇공학자의 모습과 실제 로봇공학자의 삶이 다르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로봇공학자라고 하면 기계를 조립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손재주가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로봇공학에선 이론과 연구도 중요해요. 수학, 물리, 화학 등의 기초 지식이 쌓여 있어야 이를 발판으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로봇을 만들 수 있습니다.”(홍 교수)

최근 홍 교수는 재난구조용 로봇을 개발 중이다. ‘사람을 이롭게 하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사명감까지 생기자 엔지니어로서의 열정이 더 뜨거워졌다고.

“전 ‘슈퍼 히어로 엔지니어’입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니까요. 스스로 그렇게 생각합니다(웃음). 꿈이 있는 자녀에게 사명감을 심어주세요. 목표를 이루려는 의지와 열정이 몇 배는 더 뜨거워질 겁니다.”(홍 교수)

이승현 기자 hyun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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