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무술 유단자가 자녀 학원통학 책임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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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중심 ‘조력 서비스’… 학부모들 “비싼 가격쯤이야”

서울 강남구의 한 수영장. 수영하는 자녀를 학부모가 코앞에서 관찰하거나 사진, 동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유리벽이 설치되어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수영장. 수영하는 자녀를 학부모가 코앞에서 관찰하거나 사진, 동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유리벽이 설치되어 있다.
목요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상가밀집지역. 초등 5학년 여학생이 건장한 남성의 보호를 받으며 승합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수학학원. 수업시작 시각인 오후 6시 반까지는 도착해야 하지만, 혼잡한 퇴근시간에 강남 일대를 지나야 하므로 늦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남자는 운전을 하며 말했다.

“아이가 놀랄 수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정속 주행합니다. 차선 변경도 잘 안 해요.”

출발한 지 20여 분 후인 오후 6시 27분, 승합차는 수학학원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뒷문을 열었다. 차에서 내린 초등생이 학원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남자는 끝까지 지켜봤다.

남자는 누구일까. 초등생을 학교나 학원까지 태워주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차량통학 전문 업체의 직원. 이 업체는 이동 거리 5km 기준으로 1만5000원의 비용을 받지만, 이런 업체를 찾는 강남 학부모들의 문의는 끊이질 않는다.

차량통학 전문 업체에서 학원 통학을 위해 초등생을 차량에 태운 뒤 문을 닫아주고 있다.
차량통학 전문 업체에서 학원 통학을 위해 초등생을 차량에 태운 뒤 문을 닫아주고 있다.
자녀 통학, ‘실시간’ 중계

최근 ‘교육특구’라 불리는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자녀가 학습이나 신체활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도움을 주는 이른바 ‘조력(助力) 서비스’를 찾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맞춤형 프리미엄 서비스’로도 불리는 이런 신종 서비스는 자녀의 안전한 통학을 돕거나 수영장에서 탈의와 머리 말리기를 도와주거나 독서실에서 조는 학생들을 깨워 공부에 집중하도록 독려하는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차량 통학 전문 업체는 주로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 줄 시간이 없는 워킹맘들이 찾는다. 아이를 태워주고 내려주며 운전도 하는 남자들은 ‘라이더’라 불리는데 이들 대부분이 무도 유단자. 차 내부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있어 실시간으로 자녀의 통학 상황이 학부모의 휴대전화로 전송된다. 초등생이 차에 탄 뒤 안전벨트 착용을 거부하면 라이더는 “엄마가 동영상으로 확인하고 있으니 얼른 착용하라”고 타이른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위해 차량 통학 전문업체를 이용할 예정이라는 학부모 조모 씨(35·서울 강남구 역삼동)는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 서비스를 이용하면 아이에게 간식까지 챙겨준다는 얘기를 듣고 이용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수영장은 유초등생을 위한 신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수영장의 수심은 1.1m로 초등 저학년생의 가슴 높이. “물에 소독약을 넣지 않고 온도도 높아 아이가 피부질환이나 감기에 걸릴 염려가 없다”고 홍보하는 이곳 수영장에선 수영강습이 끝나면 학생과 동성(同性)의 강사들이 옷 입기를 돕는 것은 물론이고 머리까지 말려준다.

7세와 5세 자녀를 이 수영장에 보내고 있는 어머니 김모 씨(36·서울 강남구 청담동)는 “한 시간에 4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지만 학부모가 별도로 아이를 챙길 일이 없어 금액이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깨우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 대치동 한 독서실의 열람실. 칸막이가 쳐진 열람실과는 별도로 마련된 카페 분위기 열람실에서 학생들은 영어단어를 공부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깨우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 대치동 한 독서실의 열람실. 칸막이가 쳐진 열람실과는 별도로 마련된 카페 분위기 열람실에서 학생들은 영어단어를 공부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독서실 ‘깨우미’ 서비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는 학생들을 실시간 관찰하면서 조는 즉시 깨워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서실도 등장했다. 이 독서실은 학생들과 ‘인간적 소통’을 한다는 점을 학부모에게 강조한다. 학생이 독서실에 들어올 때 독서실 관리자가 학생과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학생의 컨디션과 기분을 점검한다는 것. 학생이 피곤해 보이면 “오늘 학원 몇 군데 다녀왔느냐” “어제 잠은 몇 시간을 잤느냐” “시험은 며칠이 남았느냐”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후 관리자는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학생의 모습을 CCTV로 실시간 관찰하면서 학생이 책상에 엎드려 잘 경우 즉시 깨우거나 30분 자게 한 뒤 깨우는 등 컨디션에 맞는 깨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독서실을 운영하는 강모 씨는 “병원, 요양시설 등에 사용되는 고급 환·배기 시스템 두 대를 설치했다. 독서실에 비타민, 영양제, 각종 한방약품 등을 구비해 놓고 학생들에게 제공한다”면서 “일일권을 구매해 하루 공부해본 뒤 월 정기권으로 전환하는 학생 비율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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