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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향한 법조계 쓴소리

“일사부재리, 불고불리 원칙부터 지켜야”

  •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공정위 향한 법조계 쓴소리

  • ● 공정거래법, 38년 만에 전면 개편
    ● “기업 방어권 보장 위한 적법절차 원칙 강화해야”
    ● 전속고발제, 리니언시 두고 검찰과 기 싸움
    ● “공정위,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어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6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2년차 정책 추진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6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2년차 정책 추진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이하 공정위 특위)’가 지난 7월 30일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최종 보고서’를 확정해 공정위에 권고했다. 이에 공정위는 특위 권고안과 각계각층에서 논의돼 온 내용을 토대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을 만들어 입법예고하고, 규제심사 등을 거쳐 연내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특위의 권고안을 두고 정·재계에서는 “공정위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법조계를 중심으로 “일사부재리의 원칙, 불고불리의 원칙부터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공정위 스스로 준(準)사법기관으로서 부담해야 할 책임을 강화해 조사 과정 등에서 일어나는 피조사자의 권리 침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공정위는 ‘대기업 재취업 알선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었다. 시장의 공정 경쟁 지킴이를 자처하는 공정위가 대기업을 상대로 퇴직자 재취업 알선활동을 벌여왔다는 사실에 국민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 이 일로 검찰은 2015~2016년 공정거래위원장(정재찬), 부위원장(김학현), 사무처장(신영선)을 모두 구속한 상태다. 

공정거래법은 1980년에 처음 제정된 이래 27번에 걸쳐 부분 수정됐다. 하지만 이는 ‘땜질’ 수준에 그쳤을 뿐, 대대적인 개편은 38년 만에 처음 진행되고 있다. 또한 기존의 공정거래법은 과거 고도성장기·산업화 시대에 맞춰 제정된 것인 만큼, 지금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는 맞지 않는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여기에 현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가 더해지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준사법기관으로서 책임 다하라”

대한상의는 7월 24~25 양일에 걸쳐 서울 상의회관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시스]

대한상의는 7월 24~25 양일에 걸쳐 서울 상의회관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시스]

2월 1일 발족한 공정위 특위는 3개 분과로 나눠 6개월간 분과별로 해당 문제들을 논의해왔다. 경쟁법제분과, 기업집단 법제분과, 절차법제분과로 나눠 총 16가지 과제를 논의해왔다. 특위 민·관합동위원장은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와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이 맡았고, 3월 16일 1차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지금껏 총 2번의 전체회의와 21차례의 분과회의를 실시했다. 

특위의 주요 논의 결과(권고안)를 요약하면 ▲지주회사, 순환출자 제도 개편 ▲금융보험사, 공익법인 출자규제 강화 ▲해외 계열사 공시 강화 ▲사익편취, 부당지원행위 등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으로 정리된다. 한편 공정위 권한 분산이나 자체 개혁과 관련된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기업을 옥죄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공정위 내부 개혁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공정위는 국내 8대 로펌의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들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변호사들은 공정위가 준사법기관으로서 부담해야 하는 ‘책임’ 또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소추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심리하지 않는 불고불리(不告不理) 원칙과, 같은 사건을 두 번 심리하지 않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을 들 수 있다. 이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준하는 규정들인 만큼 공정거래법에도 적극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공정위의 조사나 심결 등은 사실상 검찰 수사나 법원 1심 기능을 대체하고 있어 적법절차 원칙이 철저하게 준수돼야 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일사부재리 원칙과 관련해, 공정위 심사관이 상정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심사관이 상정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해 조사를 속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절차 위반이다. 원칙대로 하자면 피심문자도 심사관이 조사 내용을 준비하는 동안 반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아무 준비 없이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을 때 기업이 받는 타격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일사부재리 원칙과 관련해 “공정위가 혐의 없다고 한 사안에 대해서는 또 다른 항목까지 추가해 다시 조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0월 재보험사 코리안리와 11개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관용 헬기 항공보험 담합조사를 벌인 사례를 들 수 있다. 

공정위는 오랜 조사 끝에 결국 담합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관련 자료가 나오면 재조사하기로 의결했다. 그러자 업계는 ‘공정위가 일사부재리 원칙을 위배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지난 2001년 이미 손보사 항공보험 담합과 관련해 무혐의로 결론을 낸 바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몇 개월 혹은 몇 년에 걸쳐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결과 무혐의 판결을 받았는데, 얼마 후 또 같은 내용으로 고소를 당하면 얼마나 난감한 일인가. 기업 경영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 감사실·법무실 보호돼야”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편하라고 권고했다. 특위의 이봉의 경쟁법제 분과위원장, 유진수 위원장, 이황 절차법제분과위원장(왼쪽부터)이 7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권고안에 대한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편하라고 권고했다. 특위의 이봉의 경쟁법제 분과위원장, 유진수 위원장, 이황 절차법제분과위원장(왼쪽부터)이 7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권고안에 대한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외에도 최근 공정위가 진행한 행정소송 중에는 김상조 위원장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사안이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서울고법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회사에 몰아준 일감 규모가 작아 해당 업종 시장 경쟁을 제한할 정도는 아니라며 공정위 패소 판결을 내린 경우를 들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2016년 한진그룹에 시정명령과 14억 원대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하림그룹을 겨냥한 조사에서도 ‘공정위의 과욕’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하림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첫 타깃으로 삼은 기업으로, 공정위는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해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9개월간 총 7번에 달하는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하림은 세무서와 감사원에서 10번 이상 조사를 받으며 ‘문제없음’이 입증됐다고 항변한다. 

또한 공정위는 하림그룹과 함께 생닭을 파는 육계업체인 마니커, 체리부로를 상대로 1년 가까이 담합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의 현장조사 방법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법조계 한 인사는 “공정위 조사 시 기업의 법무실과 감사실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무실과 감사실은 회사 기밀 정보와 기업 이익과 직결된 민감한 법적 사안에 대한 자문과 조사 결과 서류가 모여 있는 곳이므로 충분한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만약 공정위가 조사 과정에서 법적으로 민감한 자료나 기밀 정보를 마구잡이로 가져갈 경우, 기업 내부에선 법무, 감사와 관련된 회사 업무처리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공정위나 수사 당국의 공세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어지고, 이는 기업 리스크 증대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이 변호사는 “외국의 경우에는 변호사의 진술거부권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어떤 사업을 할 때 변호사나 로펌에 의견을 구한 내용은 법정에서 증거자료로 채택되지 못한다. 같은 맥락에서 감사실이나 법무실은 기업의 모든 법적 고민을 안고 있는 곳인데 여기에서 진행된 법률적 자문이나 전략들을 공정위가 그대로 가져가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법조계 일각에서는 심사관이 인지하지 않은 기업의 법 위반 사항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 인지 조사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신고 접수된 사안이 A라면, A와 관련한 내용만 조사해야지, 추가로 증거가 발견됐다고 해서 B로 조사를 확장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이는 명백한 수사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전속고발권제도 존폐 여부 주목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제도 폐지’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뜨겁다. 전속고발권제도는 불공정거래에 대해 공정위만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 검찰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다. 따라서 최근 검찰이 공정위 퇴직자들의 재취업 사안과 관련해 공정위를 압수수색하고, 전직 위원장·부위원장을 연달아 구속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전속고발제와 연결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공정위 특위는 전속고발제와 관련해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했다. 논의 결과 보완·유지가 5명, 담합 등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 선별적으로 폐지하자는 의견이 4명으로 유지와 폐지 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전면 폐지에 대한 의견은 없었다. 

다만 담합을 한 기업이 자진 신고하면 제재 수위를 낮춰주는 ‘리니언시(leniency)’ 제도에 대해서는 자진 신고한 정보를 검찰 수사에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검찰은 리니언시 신고 초기부터 검찰이 개입해 압수수색 등으로 증거를 확보해야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에는 기업의 담합 관련 자진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리니언시 정보를 비밀에 부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이를 무기 삼아 기업을 봐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공정위 내부에서도 전속고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데다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하면서 대기업을 옥죄는 규제만 강화하고 공정위의 독점 권한은 유지하려 한다는 비판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공정거래법 위반과 관련해 형사처벌 규정이 너무 많다.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도 심도 있게 이뤄지길 바란다.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기관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8년 9월 호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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