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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칠면조 요리’는 없다?

  •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북한 비핵화 칠면조 요리’는 없다?

  • ● 트럼프 “칠면조 요리 서두를수록 맛없어져”
    ● “칠면조 아직 살아 있어”
    ● “트럼프式 북한 비핵화 영원히 안 올 것”
‘북한 비핵화 칠면조 요리’는 없다?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 말미에 포함된 내용이다.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당 고위 인사 사이에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음 주 언젠가 협상 시작을 확신한다”고 협상 개시 시점까지 밝혔지만, 민망하게도 이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해갔다. 애초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알맹이가 없다”는 논평이 많았다. 북한 김정은에게서 언제까지 어떻게 비핵화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채지 말고 잠자코 기다려라”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28일 갑자기 꺼내 든 것이 바로 ‘칠면조 요리론’이다. “우리는 지금 뭔가를 요리 중이다…서두를수록 맛을 망친다. 기다릴수록 맛이 더 좋아진다(We have things cooking now…The more they rush, the worse it′s going to be. The longer we take, the better).” 트럼프는 이 은유를 통해 “내가 북한 비핵화를 성사시키겠다. 그러나 시간이 걸린다. 보채면 될 일도 안 되니 잠자코 기다려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칠면조가 언급된 직후인 7월 6일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을 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무려 9시간 동안 후속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까지 전달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도 하지 않았다. 1차 방북 때도, 2차 방북 때도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과 면담했다. 

폼페이오가 빈손으로 온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7월 12일 이례적으로 김정은에게서 받은 회신 성격의 친서까지 공개했다. “매우 멋진 글” “대단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치켜세웠지만 외부 평가는 인색했다. 편지 어디에도 비핵화를 유추라도 할 수 있는 표현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 대신 북한은 연일 ‘종전 선언’ 공세를 강화했다.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7월 21일 미국에 대해 ‘강도적 요구’라는 표현을 썼다.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 직전인 7월 24일에도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세계 앞에 합의한 종전 선언 문제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로 아직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종전 선언을 압박했다.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방적인 요구 또는 강도적인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어떤 요구를 했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해지는데, 최근 일부 보도를 통해 그 내용을 짐작해볼 수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6~8개월 내에 핵탄두의 60~70%를 이양한다” “미국 또는 제3국은 이를 확보해 북한으로부터 제거한다”라고 요구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두 달 동안 여러 차례 이런 비핵화 로드맵 또는 시간표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김영철은 이를 거절하면서 선결 조건으로 종전 선언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칠면조 요리를 ‘구상’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접시에 요리가 담겨 나오기까지 여러 단계가 있는데 지금 어느 단계를 지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릴 수밖에 없다. 

1. 칠면조를 잡는 데 동의했는데 아직 칠면조를 잡지 못했다. 2. 칠면조를 잡긴 했는데 오븐에 넣진 못했다. 3. 오븐에 넣었는데 불을 켤지 말지 실랑이 중이다. 4. 불을 켜긴 했는데 익을 정도로 온도를 높이진 못했다.


요리 재료 아직 없어

북한의 화성-14형 중장거리미사일과 이동식 발사대. [동아DB]

북한의 화성-14형 중장거리미사일과 이동식 발사대. [동아DB]

지금 어느 단계에 이르렀을까? 김정은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칠면조를 잡는 데 북한도 동의한 것은 분명하다. 이후 북한은 일방적 조치이긴 하지만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했으며 미군 유해 송환을 실행했다. 칠면조를 잡을 준비 작업까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 폐기 로드맵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칠면조 잡기를 허용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칠면조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북한 비핵화 칠면조 요리는 1단계에서 한발도 못 나아가고 머물러 있다. 

8월 1일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친서를 보냈다. 이 친서에 대해 트럼프는 이런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당신이 약속을 지켜줘 우리의 훌륭하고도 사랑하는 전몰자 유해를 고향으로 보내는 과정을 시작해 고맙다…곧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8월 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 때 폼페이오 장관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을 전했다. 8월 7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정은을 만나기 위해 다시 북한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답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후 4차 방북설이 빠르게 퍼지는 중이다. 김정은은 왜 다시 친서를 보냈을까? 트럼프는 왜 폼페이오의 재방북을 추진할까? 마침내 칠면조를 잡기로 한 것일까?


反트럼프 정서와 중간선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그래야만 한다. 11월 6일 중간선거가 임박한 때문이다. 8월 7일 실시된 오하이오주 12지구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트로이 발더슨 후보가 승리했다. 중간선거의 시금석으로 알려진 선거다. 트럼프로서는 안도할 만한 결과다. 하지만 어렵게 이겼다. 50.2%대 49.3%로 격차가 1%포인트 미만이다.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정치에 정통한 한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와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꼭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 ‘반(反)트럼프 정서’가 견고하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원래 싫어한다.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 중 일부도 트럼프에게 염증을 느낀다. 품격 없는 화법, 여성 편력 논란, 러시아와의 유착 의혹, 배타적 국수주의가 싫은 것이다. 중간선거에서 지면 트럼프는 특별검사의 수사 압박에 더 시달릴 것이고 다음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설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한다.”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선거 호재로 활용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었는지 모른다. 선거 일정에 맞춰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조절해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칠면조 요리 이야기도 이 맥락이면 오히려 이해된다. 

그러나 이제 뜸만 들일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섰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중요하다. 늦어도 10월까진 칠면조를 잡아 오븐에 집어넣고 불을 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것은 되레 중간선거의 악재가 될 수 있다.


“생명 같은 핵 포기할 리 없어”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은 2개월을 벌었다. 그사이에 칠면조를 더 늘린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이 최근 몇 달 동안 몇몇 비밀장소에서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린 것으로 미국 정보기관은 파악하고 있다. 미국 국방정보국도 북·미 정상회담 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는 대신 핵탄두 은폐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도 7월 25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핵실험에 이용되는 핵분열성 물질을 여전히 생산하고 있는지에 대해 “그렇다”고 확인했다.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는 북한이 평양 인근 산음동 연구시설에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곳에선 미국 동부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증명한 화성15호가 제작됐다. 

김정은의 처지에서 보자. 완전한 비핵화 약속이 진심이라면, 그는 어차피 미국에 줘서 요리될 칠면조라면, 숫자를 최대로 늘려 더 많은 대가를 얻어내려 하는지 모른다. 비핵화 약속이 진심이 아니라면, 그는 칠면조를 넘기지 않을 것이다. 

1차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5월 4일 평양의 한 소식통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일부 고위 간부 사이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둘러싸고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목숨과 같은 핵을 완전히 포기할 리 없다고 생각한다.” 

8월 8일 이란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미국과 협상에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핵화에 동의했지만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핵 지식을 보존하겠다.” 

‘핵 지식’이란 또 무엇인가? 설령 칠면조를 다 잡더라도 언제든 새 칠면조를 만들 수 있도록 해놓겠다는 뜻이다.


다음 번 남북, 북·미 정상회담 예상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를 일부라도 내주기로 결심한 것일 수도, 그래서 폼페이오가 4번째로 북한을 방문하는 것일 수도 있다. 3차 남북 정상회담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어야 김정은으로부터 일부 핵무기를 넘겨받았다고 홍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문재인은 떨어지는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릴지 모르고 트럼프는 선거에서 승리할지 모른다. 정치적 흥행을 거두는 정도다. 이 경우에도 북한이 여전히 수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 비핵화의 길은 요원하다.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에서도 비핵화 로드맵을 확정짓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칠면조 요리 이야기는 허무 개그로 끝나고 말 것이다. 북한이 핵 지식을 계속 갖고 있겠다고 나선 대목이 영 개운치 않다.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핵탄두의 60~70%만 이양받으려고 한다는 것도 이상하기 짝이 없다. 30~40%는 북한이 당분간 그대로 보유하도록 놔두겠다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핵무기 감축이지 비핵화가 아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대체 몇 마리의 칠면조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정보가 없다 보니 완전한 비핵화의 기준도 잡지 못하는 듯하다.


신동아 2018년 9월 호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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