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티켓 눈앞에… 돌풍의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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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트럼프 vs 힐러리]
美 서민층 피해의식 자극… 주류 무너뜨린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이번에는 국경에 장벽을 세운다고 하네요. 하하하.”

지난해 6월 16일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70)가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자 현장의 CNN 기자는 이렇게 비웃었다. 트럼프의 대통령 출마 선언은 한낱 ‘농담거리’였다. 처음엔 청중이 부족해 유세하기도 어려워 주변 관광객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런 트럼프가 출마 선언 11개월 만인 3일(현지 시간) 인디애나 주 경선에서 압승하면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뉴욕타임스는 선거 전략가 헨리 올슨을 인용해 “160년 전통의 공화당이 자살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이제 공화당은 트럼프 당”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무엇이 공화당 역사를 새로 쓰게 했을까. 트럼프 이름 철자를 따라 분석했다.

‘T’ Triumph (미국의 승리)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백인들에 어필

트럼프 노선의 핵심은 ‘이기는 미국’이다. 선거 구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이고, 외교 노선은 ‘미국 우선주의’다. 상대를 꺾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가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유권자들에게 잘 먹힌다. 중국과의 무역 역조를 거론하며 “중국이 미국을 성폭행하고 피를 빨아먹고 있다”고 하고, “한국은 경제 괴물인데 방위비는 적게 낸다”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우는 것도 미국 국익 관점에서만 상황을 보기 때문이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가 백인 노동자들에게 ‘오바마 정권 8년 내내 끌려다닌 공화당을 바꿀 적임자’라는 논리로 통한다”고 했다.

'R' Rough (막말)

대중 눈높이 맞춘 거친 언어 화제 불러

폭스뉴스 여성 앵커 메긴 켈리를 겨냥해 월경을 떠올리게 하는 “눈 말고 다른 데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한 막말을 시작으로 “힐러리는 2008년 오바마에게 경선에서 엿 됐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아직도 엄마를 찾는다” 등 막말을 수없이 퍼부었다. 자질론이 제기됐지만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는 데 성공했다. 앨런 리크먼 미 아메리칸대 교수는 “욕먹더라도 화제가 되는 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며 “장사꾼 트럼프의 거친 언어는 대중의 눈높이를 겨냥한 전략적 선전이다”라고 평가했다.

'U' Unprecedented (전례없는 선거운동)

선거운동 직접 관리해 발빠른 의사결정

선거운동 방식도 주류 정치인들과 달랐다. 최소 29억 달러(약 3조4000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기반으로 슈퍼팩(대형 정치자금 모금 조직)을 동원한 모금을 거의 하지 않았다. 대형 선거캠프를 차리거나 전문 참모조직을 두는 것도 하지 않았다. 대변인인 호프 힉스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관장하고 직접 빨리 결정한다”고 전했다.

'M' Message (메시지 전달력)

간결하고 단순한 메시지로 상대 압도

트럼프를 좇는 트위터 팔로어는 790만 명이 넘는다. 간결하고 쉽고 자극적인 메시지를 소셜미디어로 반복 확산시켜 상대를 압도했다. 클린턴은 ‘부정직한 힐러리’이고, 크루즈는 ‘거짓말쟁이 테드’다. 크루즈는 3일 경선 중도 하차를 선언하면서 트럼프를 향해 ‘병적인 거짓말쟁이’ ‘겁쟁이’라 퍼부어 댔지만 ‘거짓말쟁이 테드’라는 메시지에 가려 별 효과가 없었다. 법조인 출신인 클린턴은 논리를 앞세운 장광설로 이 분야에 유독 취약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의 선거는 시가 아니라 산문”이라고 했을 정도다.

'P' Political incorrectness 정치적 금기 파괴

종교-인종문제 금기 깨고 무차별 공세

트럼프는 ‘히스패닉의 상당수는 성폭행범’ ‘무슬림을 한동안 입국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에서 금기시되는 종교, 인종 문제를 과감히 건드렸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미국의 금과옥조를 깬 것이다. 히스패닉 등 이민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백인 노동자들의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줬다. 2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경선 때 CNN 출구조사에서 공화당 유권자 4명 중 3명은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주장을 찬성한다며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공화당#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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