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계를 몸달게한 ‘시진핑의 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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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넷째주 방한 中 천민얼 구이저우省 당서기 특급대우 받아

지난주 한국을 방문했던 천민얼(陳敏爾·사진) 중국 구이저우(貴州) 성 당서기가 한국 재계 1, 2위 그룹의 러브 콜을 받는 등 특급 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27일 뒤늦게 알려졌다. 중국의 차세대 유력 주자와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재계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한국 정부 초청으로 19∼23일 방문한 천 서기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과 각각 만나 식사하고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별도로 면담했다. 천 서기와 약속을 잡지 못한 A그룹은 막판까지 속을 태웠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중국 지방정부의 당 간부가 삼성, 현대 최고위층과 따로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같은 당서기급으로 이달 초 방한했던 왕셴쿠이(王憲魁) 중국 헤이룽장 성 당서기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구이저우 성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이 81명에 불과하고 대한항공(직항편 취항)을 빼면 자영업자가 주로 진출해 있는 정도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나 조선족이 많은 동북 3성에 비하면 한국과의 관계가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 그런 점에서 한국 기업들이 앞다퉈 천 서기와 만난 것은 주목된다. 그 이유는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던 ‘향후 가치’ 때문이었다.

1960년생인 천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시 주석이 저장(浙江) 성 서기로 있던 2002년부터 5년간 선전부장, 상무위원, 부성장으로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2013년 집권한 시 주석이 그를 구이저우 성 서기로 보낸 것도 일종의 후계 수업을 시킨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의 국가주석 임기는 5년이지만 연임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따라서 시 주석의 남은 7년 임기 안에 천 서기가 어떤 형태로든 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내년 가을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19차 당 대회 때 천 서기가 중앙 무대로 발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천 서기는 취임 이래 구이저우 성의 성장률을 3년 연속 10%대로 유지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2.5%로 중국 내 2위까지 끌어올려 경영자로서의 면모도 과시했다.

그는 방한 기간에 황교안 국무총리를 예방했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오찬 회동을 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천민얼#구이저우 성 당서기#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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