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탕카멘 묘에 비밀의 방… 주인은 ‘전설의 미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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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실서 숨겨진 문의 흔적 발견… 이집트 “비밀의 방 존재 가능성 90%”
“미녀 왕비 네페르티티가 원래 주인… 아들에게 자리 내주고 셋방 신세”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위쪽 사진)와 네페르티티 흉상. 동아일보DB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위쪽 사진)와 네페르티티 흉상. 동아일보DB
이집트 정부가 28일 “1922년 발굴된 투탕카멘 묘에 ‘비밀의 방’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90%”라며 발표를 했다. 맘두 알다마티 고대유물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투탕카멘 왕의 묘실 뒤에 있는 다른 묘실, 다른 무덤을 발견해야 할 때라고 이제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올 8월 투탕카멘의 묘실을 촬영한 고해상도 디지털 영상에서 숨겨진 문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 문 뒤에 “무덤의 원래 주인인 네페르티티가 묻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영국인 고고학자 니컬러스 리브스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리브스는 또 다른 증거를 제시했다.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에는 원래 네페르티티의 칭호가 새겨졌는데 그 위에 다시 투탕카멘의 칭호가 새겨졌음을 발견한 것이다. 투탕카멘의 무덤뿐 아니라 황금 마스크도 원래는 네페르티티의 것이었다는 것이다.

기원전 14세기 투탕카멘의 선왕 아케나텐의 왕비였던 네페르티티는 그 이름의 뜻이 “미녀가 왔도다”일 정도로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 세계 최초로 유일신 신앙체계를 세웠다. 이집트의 다양한 신 중에서 태양 원반의 신 아텐만을 유일신으로 인정한 종교혁명을 단행한 것이다. 네페르티티는 남편의 말년에 유일신 체계를 지키기 위해 공동 통치자로 임명됐고 남편의 사후 투탕카멘이 여덟 살에 파라오가 되자 3년간 대리통치를 하다 40세에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네페르티티가 세상을 떠나자 이집트는 다시 다신교 체제로 돌아갔다. 이단적 존재가 된 아케나텐과 네페르티티의 흔적이 지워지고 남겨진 어린 왕의 이름도 ‘아텐의 살아 있는 이미지’라는 뜻의 투탕카텐에서 ‘아멘(원래 이집트 왕실의 주신·아몬)의 살아 있는 이미지’라는 뜻의 투탕카멘으로 바뀌었다. 그와 함께 원래 파라오였던 네페르티티의 무덤이 어린 파라오의 무덤으로 바뀌면서 원래의 주인이 셋방살이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 리브스의 가설이다.

어린 파라오의 무덤은 훗날 ‘투탕카멘의 저주’라는 말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그의 무덤을 발굴한 사람들이 잇달아 죽음을 맞는 현상을 두고 호사가들이 붙인 이름이다. 일각에서는 “전설적 미녀의 존재를 3400년간 감춰 두는 것이 진짜 투탕카멘의 저주로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이집트#투탕카멘#묘#비밀의 방#네페르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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