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NH개발, 경쟁 입찰 가장한 수의계약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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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공고 1주일前 서류에 계약업체 이미 표기
최원병 농협회장 동생 관련 업체도 같은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 의혹

농협의 자회사 NH개발이 각종 시설공사를 발주하며 경쟁 입찰을 가장해 사실상 수의계약을 해 온 정황이 4일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NH개발은 최원병 농협중앙회장(69)의 동생이 관련된 업체에 특혜 용역을 몰아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는 NH개발을 특혜 용역의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수사 중이다.

NH개발 경인지사는 지난달 22일 인천의 한 NH농협은행 지점의 환경 개선 공사와 관련해 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전기설비 및 인테리어 공사 등에 참가하고자 하는 업체들이 도면과 예정 가격을 참조해 입찰가를 써내면 심사를 거쳐 최저가를 제시한 낙찰 업체를 발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NH개발 측이 입찰 공고를 내기도 전에 이미 계약 업체를 내정해둔 정황이 동아일보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서 드러났다. 공고 일주일 전 작성된 ‘전기공사 업체리스트’에는 C사가 ‘계약업체’로, 경쟁업체인 G사와 J사는 각각 ‘타견적1’과 ‘타견적2’로 표시돼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타견적’은 통상 발주처가 특정 업체와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할 때 형식적으로 덧붙이는 ‘들러리’ 견적을 의미한다. 다른 문건엔 철거업체와 금속자재 납품업체들도 계약업체와 타견적으로 분류돼 있었다. ‘타견적’으로 분류된 업체 관계자들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입찰 공고가 난 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NH개발이 경쟁 입찰을 가장해 사실상 편법 수의계약을 맺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최 회장의 동생이 고문으로 재직 중인 H건축사사무소도 이 같은 방식으로 NH개발의 시설공사를 독식해 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H사무소 관계자가 자사의 견적뿐 아니라 들러리 업체들의 견적까지 미리 산출해 NH개발에 제출해 온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NH개발 측은 “공사 기한을 단축하기 위해 정식 입찰 공고 전 일부 업체를 선정한 흔적이 서류에 남아 있을 수는 있지만 특혜 용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건희 becom@donga.com·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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