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돈 없이도 즐거운 삶… ‘산촌자본주의’서 찾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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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모타니 고스케, NHK히로시마/취재팀 지음/
김영주 옮김/328쪽·1만5000원·동아시아

여태껏 먹은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들빼기나물’이다. 할머니와 함께 들녘을 다니며 베어 온, 아무렇게나 자란 고들빼기 잎을 할머니가 고춧가루, 다진 마늘, 참기름 조금씩 넣어 썩썩 무쳐 줬는데 돈 하나 안 들이고 맛있게, 기분 좋게 먹었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오래전 기억이 더 생생해졌다. 책은 이른바 ‘산촌자본주의’의 세계를 안내하고 있다. 이는 일본에서 생긴 신조어로 인간이 가지고 있던 휴면자산을 재이용해 경제와 공동체를 부활시키는 현상을 가리킨다. 저자는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오늘날의 ‘머니자본주의’의 폐해를 직시하고 이를 보완하자는 취지에서 등장한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단어는 생소하지만 개념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일본 건축재 제조회사 ‘메이켄공업’의 대표이사 나카시마 고이치로 씨는 공장에서 배출되는 연 4만 t의 통나무 나뭇조각 쓰레기를 바이오매스로 사용한다. 이를 전기로 발전시켜 쓰고 나뭇조각을 산업폐기물로 처리하는 비용까지 아껴 매년 총 4억 엔의 이득을 본다.

5장으로 구성된 책의 이야기들은 목가적이다. 소개된 일본과 오스트리아의 사례 대부분 농촌 이야기라 귀농을 권장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도시에서 산촌자본주의를 실천할 팁도 준다. 도시 주택의 옥상에서 양봉을 해 꿀을 생산하는 사례도 소개한다.

저자는 산촌자본주의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마저 돈으로 환산하는 머니자본주의는 육아와 노동을 병행하려는 사람의 지원에 인색하다. 반면 산촌자본주의는 많은 돈을 벌긴 어려워도 돈 없이도 즐거운 삶을 살게 해준다.

“사람은 살아가는 행복을 자신의 아이도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아이를 가지려 한다.” 맞는 말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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