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희생양 안돼” 친박 “6일 사퇴시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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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중진회의 ‘유승민 거취’ 갈등
이재오-정병국 ‘유승민 사퇴’ 반대… 친박 “버티면 金대표에 불똥”
劉원내대표 “상황 변한 게 없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비박(비박근혜)계 중진들이 1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당 지도부와 친박(친박근혜)계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움직임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날 회의에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 등은 불참했다. 일단 유 원내대표에게 고민의 시간을 준 이상 불필요한 계파 갈등을 피하려는 포석이다.

○ 꺼지지 않는 당내 분란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는 이례적으로 전체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무성 대표가 이날 회의 시작 직전에 긴급하게 내린 결정이었는데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친이(친이명박)계 중진들의 친박계 성토가 이어졌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당은 물론이고 청와대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리를 내놓는 건데 명예로운 게 어디 있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어 “자기와 같은 생각만 하는 사람만 있고 다른 사람은 나가라고 하면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사당(私黨)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병국 의원도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들면 안 된다”고 했고, 이병석 의원은 “의원총회가 끝나고 최고위원들이 따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 5년 전과는 달라진 당청 관계 발언

친이계의 이날 발언은 이명박(MB) 정부 시절 당청 관계와 관련한 논리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2011년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신년하례회 자리에서 “MB의 성공을 위해 일하는 게 국회의원과 장관이 할 일”이라고 했던 이재오 의원이지만 이날은 “당 지도부는 의원들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자리인데 거꾸로 청와대의 의견을 의원들한테만 전달하는 건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고 했다.

이 의원은 세종시 논란 당시 원외에 있었지만 2010년 8월 특임장관으로 취임한 뒤 ‘당청의 공조’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1일에는 “(지난해) 전당대회 때 (현재 최고위원들이) 수평적이고 대등한 당청 관계를 이끌어 가겠다는 공약을 다짐해서 뽑아줬는데, 제대로 그 역할을 하는지 회의가 있다”고 비판했다.

○ 친박은 ‘무언의 압박’

이날 회의에서도 유 원내대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현안 얘기만 하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침묵한 채 의원들의 얘기를 듣고만 있었다고 한다. 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선 “상황이 변한 게 없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친박계는 잠시 확전을 자제하면서 숨을 고르고 있다. 하지만 6일 국회법 개정안 재의가 무산되고도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2차 총공세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친박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 원내대표가 6일 사퇴하지 않으면 김 대표에게 파편이 튀고 대통령이 당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똥이 김무성 대표 체제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인제 김태흠 의원 등 충청권 의원 10여 명도 이날 오찬 회동을 하고 6일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지 않을 경우 연석회의를 통해 유 원내대표 사퇴 촉구 성명서를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강경석 coolup@donga.com·홍정수·차길호 기자
#유승민#거취#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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