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선캠프 부대변인에 2억 전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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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성완종 게이트’ 수사
경남기업 금고지기 “회장실서 줬다”… ‘홍문종에 2억’ 전달자 여부 조사
‘홍준표에 1억’ 주장 尹 前부사장, 전달장소 “707호”→“洪 차안” 바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정·관계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회사 임원에게서 2012년 대선 당시 성 회장 지시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 부대변인에게 2억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성 회장이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에게 대선 자금 명목으로 줬다고 주장한 2억 원과 이 돈이 일치하는지 확인 중이다.

○ 홍문종 의원 2억 전달자 있나


1주일 넘게 검찰에 ‘출퇴근’ 조사를 받고 있는 한모 전 경남기업 재무담당 부사장은 최근 “성 회장의 지시로 2012년 대선을 즈음해 캠프 부대변인 김모 씨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는 “경남기업 회장실을 방문한 김 씨에게 돈을 줬지만 이 돈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전달되는 것인지는 몰랐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성 회장이 홍 의원에게 건넸다고 주장한 2억 원의 ‘전달자’로 확인되면 검찰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2012년 대선 당시 홍 의원은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고 있었고 김 씨는 직제상 홍 의원의 지휘를 받진 않았다. 또 홍 의원과 김 씨는 당내에서 정치적으로도 긴밀한 관계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인 출신인 김 씨는 성 회장이 이끈 충청포럼 회원으로 성 회장과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해 왔다.

김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남기업 측에서) 돈을 받은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성 회장실에 간 적도 없고, 한 전 부사장은 알지도 못한다”며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 이름이 불쑥 나온 배경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김 씨에게 실제 돈이 건너갔는지, 이 돈이 캠프 핵심 관계자에게 전달됐는지 등을 규명하기 위해 조만간 김 씨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 엇갈리는 관련자 진술


검찰은 지난 주말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차량 운전을 담당했던 전 비서 A 씨와, 홍 지사에게 1억 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각각 소환 조사했다. 홍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였던 A 씨는 2011년 6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뿐만 아니라 평소 거의 하루 종일 홍 지사와 동선을 함께한 핵심 참고인이다. 그러나 A 씨는 검찰에서 “홍 지사가 전국을 순회하는 바쁜 일정 중에 윤 씨를 만난 것을 본 기억이 없으며 나는 윤 씨가 누군지도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씨는 이틀에 걸친 소환 조사에서 앞선 방문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2011년 6월경 홍 지사에게 1억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유지했다.

윤 씨는 당초 “홍 지사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707호에서 직접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됐지만 검찰에선 “국회 의원회관이 아닌 국회 안팎을 오가던 홍 지사의 승용차에 동승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 씨는 “홍 지사가 누군가를 자기 차에 동승시키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 윤 씨가 동승한 기억은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 언론 인터뷰나 초기 검찰 조사에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상세한 상황을 묻자 일부 진술을 바꾸거나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 검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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