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특별하고 우월한 나라’ 美國의 흑역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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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 1·2(전 2권)/올리버 스톤·피터 커즈닉 지음/각권 592쪽·각권 2만2000원 들녘

2013년 12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국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말해 결례 논란이 일었다. 미국 부통령의 표현에서 뿌리 깊은 ‘미국 예외주의’를 읽을 수 있다. 한마디로 ‘미국은 특별하고 우월한 나라’라는 인식이다.

미국의 진보적 영화감독인 저자 올리버 스톤은 이러한 인식을 보여주는 미국의 어두운 정치·외교사를 차근차근 드러낸다. 그는 미국사는 ‘미국의 세기’를 만들려는 제국주의적 세력과 ‘보통 사람의 세기’를 만들려는 세력의 다툼이었고, 대부분 전자가 승리했다고 말한다.

1883년 주가 대폭락으로 불황이 닥치자 미국은 해외 영토 확장에 눈을 돌린다. 하와이를 합병하고 스페인으로부터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을 획득한다. 미국은 필리핀인이 세운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3년 반 동안 필리핀 반군 2만 명을 사살한다. 민간인 수십만 명을 강제 수용소에 구금한다. 한 마을에서 미군이 공격받자 “10세 이상의 주민은 모두 죽여라”라는 명령이 내려지고 실제 학살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의 팽창주의는 최근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이라크전쟁까지 이어진다.

6·25전쟁도 다뤄진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중공군에게 밀리던 1950년 12월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게 원자폭탄 사용 재량권을 달라고 요청한다. 그는 만주의 중공군 집결지에 원자폭탄 30∼50발을 투하하면 10일 이내에 전쟁이 끝나고, 방사성 벨트가 동서로 생겨 최소 60년 동안 육상으로 침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실현되진 않았지만 아찔한 제안이었다. 미국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흑역사’를 좌파적 시각에서 정리한 책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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