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만에 베일 벗는 전설의 ‘백색 도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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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 동부 밀림서 유적 확인… 도굴 막기위해 구체적 위치 비공개

약 1000년 전 크게 번성했다 사라진 고대도시가 중미 온두라스 밀림에서 탐사팀에 확인돼 고고학계가 흥분하고 있다.

4일 미국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온두라스인류학역사연구소(IHAH)와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탐사팀은 지난달 온두라스 동부 모스키티아 지역 밀림에서 ‘백색 도시’ 또는 ‘원숭이신의 도시’로 알려진 고대도시의 실체를 확인했다.

온두라스는 고대 마야 문명이 발생했던 과테말라의 접경국이다. 탐사팀이 발견한 고대도시는 1492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전부터 존재한 다른 고대문명의 중심지로 추정된다. 탐사팀은 도굴을 우려해 이 도시의 위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콜로라도주립대 소속 고고학자로 탐사를 이끈 크리스토퍼 피셔 교수는 “원래 모습 그대로 약탈당하지 않은 상태였다. 매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1900년대 초 온두라스 지역 일부 탐험가와 광산업자는 원주민들로부터 밀림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원주민들은 이 도시가 자신들을 스페인 정복자에게서 구해줬다고 얘기했으나 정확한 실체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1920년대 일부 탐험가들이 도시를 찾아 나섰지만 실패했다. 1940년 미국 탐험가 시어도어 모드는 수천 개의 유물을 발견했다며 도시의 실체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치를 공개하지 않은 채 자살하면서 다시 베일에 덮였다.

천년 역사의 고대도시의 존재가 밝혀진 데에는 첨단기술의 도움이 컸다. 콜로라도대 연구진은 2012년 5월 항공기에 첨단 레이더를 장착하고 지상을 촬영했다. 항공촬영 사진 분석 결과 부자연스러운 물체들이 계곡에서 1∼2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공공건축물, 거대 토목공사 흔적, 집터, 관계시설, 운하, 저수지 등으로 추정됐다.

재규어 조각상과 유물들 최근 미국 온두라스 공동 탐사팀이 온두라스 밀림에서 발견한 고대도시의 유물들. 위쪽 사진은 현지에서 발견된 재규어의 머리 모양을 한 고대 조각상, 아래쪽 사진은 밀림에서 발견된 유물들. 사진 출처 내셔널지오그래픽
재규어 조각상과 유물들 최근 미국 온두라스 공동 탐사팀이 온두라스 밀림에서 발견한 고대도시의 유물들. 위쪽 사진은 현지에서 발견된 재규어의 머리 모양을 한 고대 조각상, 아래쪽 사진은 밀림에서 발견된 유물들. 사진 출처 내셔널지오그래픽
연구진은 수개월 전 고고학자, 민속식물학자, 레이더 엔지니어, 다큐멘터리 영상 제작자 등으로 구성된 탐사팀을 꾸렸다. 탐사팀은 현지에서 광장과 흙으로 만든 보루, 피라미드, 무덤 등을 발견했다. 종교의식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돌 의자와 콘도르나 뱀의 모양이 조각된 그릇 유물 52개도 나왔다. 오스카르 네일 크루스 IHAH 연구원은 “서기 1000∼1400년에 사용됐던 유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온두라스#백색 도시#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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