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롯데 ‘長子의 몰락’… 신동주 日임원직 모두 잃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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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롯데홀딩스 이사직서도 해임… 93세 신격호 총괄회장 ‘교통정리’
日재계선 “전문경영인 손들어준 것”… 경영상태 악화땐 신동주 복귀 가능성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3)의 장남인 신동주 씨(61)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자리에서도 해임되면서 일본 롯데그룹 임원직에서 모두 손을 떼게 됐다.

롯데홀딩스는 8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신 씨를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내용을 승인했다고 9일 밝혔다. 반면 차남인 신동빈 롯데 회장(60)은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및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롯데상사의 대표이사에서도 물러난 신 씨의 후임으로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2) 일본 롯데홀딩스·롯데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했다. 이에 앞서 신 씨는 지난해 12월 26일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 등 일본 롯데 자회사 세 곳의 임원직에서 전격 해임된 바 있다. 이 해임을 바라보는 해석은 ‘신 총괄회장의 경영의 한 수’와 ‘신 총괄회장의 후계구도 정리’라는 두 가지 대립되는 시선으로 크게 나뉜다.

○ 경영의 신, 신격호 총괄회장의 ‘신의 한 수’

일본 재계에 따르면 신 씨의 해임은 일본 전문 경영인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일본 롯데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 씨의 후임이 된 쓰쿠다 롯데홀딩스 신임 부회장이 해임의 배경이라는 것. 일본 금융권 관계자는 “3, 4년 전부터 신 씨와 쓰쿠다 부회장이 경영 방침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키다 최근 갈등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일단 전문경영인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쓰쿠다 부회장은 와세다대 상학부를 나온 뒤 1968년 일본 롯데의 주거래은행 중 하나인 스미토모은행(현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 입사해 이후 ‘넘버 2’에 오른 인물. 2009년에는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일본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일단 전문경영인에게 힘을 실어 일본 롯데를 살리고, 잘 못하면 그를 내보내고 장남을 다시 앉히면 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일본 직원들 사이에 족벌 경영의 이미지도 불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 롯데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도 “평사원이 계급장 뗐다 붙였다 하면 큰일이지만 오너가 계급장 붙였다 뗐다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격호 총괄회장이 누구인가. 그는 ‘경영의 신’인데 그렇게 쉽게 장남을 경영과 후계구도에서 배제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93세 아버지의 용단?


신 씨의 전격 해임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후계구도를 정리하기 위해 용단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올해 93세가 된 신 총괄회장은 2013년 고관절 수술로 앓아누운 뒤 지난해 여름 건강을 되찾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보고 시간을 하루 한 번으로 줄이긴 했지만 충분한 수면 때문인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이 또렷하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자신이 건강할 때 후계구도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장남에게 ‘해임’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내렸다는 것이다.

그동안 신 총괄회장은 ‘장남은 일본, 차남은 한국’으로 정리했지만 지난해 형제간 다툼의 조짐이 보였다. 신 씨가 2013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롯데제과의 지분을 매입해 한국 롯데를 넘보는 ‘야심’을 내비친 것. 롯데제과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다.

실적도 차이가 났다. 2013년 기준 한국 롯데의 매출(83조 원)은 일본(5조7000억 원)의 약 15배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12월 일본 롯데의 경영 상황을 보고받고, 당시 신 씨가 임원으로 재직 중인 모든 계열사의 이사회를 소집해 해임토록 했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건강하다고 전하며 향후 자신의 일본 롯데 경영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롯데 측은 “이는 일본 롯데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 / 최고야 기자
#롯데#신동주#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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