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조사… 핵심 빠진 고발장… ‘항공 마피아’ 입김 있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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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땅콩 회항’ 파문]
또 도마오른 국토부-대한항공 유착
항공기서 쫓겨난 사무장 조사때… 회유의혹 사측 임원 19분간 동석
고발장엔 회항 승객피해 내용 없어… 검찰도 “수사 말라는 거냐” 당혹

국토교통부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0)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비상식적인 부분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한 ‘항공 마피아’ 세력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랫동안 과점 구조를 유지하면서 항공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편파적인 노선 배분과 가격 담합 등의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17일 검찰과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거짓 진술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 대한항공의 임원과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을 함께 앉혀 놓고 조사했다. 논란이 일자 국토부 측은 “사무장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 대한항공에 요청해 불렀다”며 “대한항공 임원이 소개를 해줘서 같이 앉아 있다가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전 부사장을 조사한 국토부 조사단 6명 중 2명은 대한항공 출신의 항공안전감독관이었다. 이 2명은 각각 2002년과 2011년 대한항공에서 퇴직했다.

국토부가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 내용도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조 전 부사장이 회항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등 항공기 출발 시간을 지연시켜 승객에게 피해를 입힌 것과 관련된 핵심 내용이 빠져 있다. 또 당시 비행기가 활주로에 있어 항로를 변경한 게 아니라고 판단해 ‘항공기 항로 변경죄’ 적용에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검찰 내부에서도 국토부의 고발장에 대해 사실상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와 대한항공이 서로 밀접한 관계라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항공 관련 사건 조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16명 중 14명이 대한항공 출신이다. 대한항공이 국내 최대 항공사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 산업은 정부가 해외에서 노선을 따와 항공사들에 배분하는 구조다. 항공사는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관련 공무원들도 항공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통해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몽골 항공사와 짜고 몽골 노선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당시 국토부 역시 몽골과의 협상에 소극적이었다는 항공업계의 비판을 받았다. 올해 10월 이헌승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유류할증료를 담합해 인상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이를 막아야 할 국토부가 오히려 조장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정세진 기자
#국토교통부#대한항공#땅콩 회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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