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십상시 멤버와 月 2회 회동”… 靑 “완벽한 소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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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국정개입’ 靑문건 유출 파문]
“서울 강남의 중국식당에서 만나… 청와대 내부상황-국정운영 체크”
‘3인방’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十常侍’는 대선캠프 실무진 포함
靑 “문건 아닌 구두보고 받은적 있어” 野 “비선 확인… 진상조사 불가피”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 보고서 작성 및 유출 경로 세계일보가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했다고 28일 보도한 문건. 이른바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가 박근해 대통령의 측근인 청와대 안팎의 이른바 ‘십상시’ 멤버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계일보 제공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 보고서 작성 및 유출 경로 세계일보가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했다고 28일 보도한 문건. 이른바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가 박근해 대통령의 측근인 청와대 안팎의 이른바 ‘십상시’ 멤버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계일보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뒤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정윤회 씨는 2004년 이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현 정부 들어 ‘비선(秘線) 실세’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세계일보가 28일 보도한 ‘靑(청와대) 비서실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은 정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어 비선 논란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즉각 세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등을 고소하며 진화에 나섰다.

○ 유출된 문건에 담긴 내용은?

문건에는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정 씨가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두 차례씩 서울 강남의 J중식당에서 청와대 핵심 비서관 3명을 포함해 10명의 인사와 정기적으로 만나 VIP의 국정운영과 청와대 내부 상황을 체크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VIP는 청와대 내부에서 박 대통령을 지칭할 때 쓰는 용어다. 문건은 3명의 실명을 적시하고 있으며, 이들을 포함한 10명에 대해 ‘십상시(十常侍·중국 후한 말 전횡을 일삼은 환관들을 일컫는 말)’란 표현을 썼다.

또 정 씨가 정부 고위 관료 인사와 청와대 내부 인력 조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안봉근 대통령제2부속비서관에게 전달해 시행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지난해 송년모임에서는 정 씨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교체를 ‘십상시’에게 지시했다는 대목도 있다. ‘검찰 다잡기’가 끝나는 올해 초·중반 김 실장을 그만두게 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정 씨가 이를 위해 십상시 멤버들에게 정보지 및 일부 언론에 이런 내용을 흘려 ‘바람잡기’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적혀 있다.

○ 보고서에 등장하는 ‘십상시’는 누구?

십상시는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한 실무그룹을 지칭하는 용어로 처음 회자됐다.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을 포함해 2007년 대선 당시부터 박 대통령을 도왔거나 3인방과 가까운 인물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십상시가 누구인지를 두고는 여러 버전이 있다. 대선 당시에는 주로 친박(친박근혜)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다수였다. 하지만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 포진한 인사들을 십상시라고 부르기도 했다. 처음 십상시로 불린 인사들 가운데 일부가 청와대에 ‘입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문건을 바탕으로 (김 비서실장이) 보고받은 사실이 있다”며 “당시 근거 없는 풍설(風說)을 모은 찌라시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가 브리핑을 통해 “공식 보고된 것이 아니라 구두로 보고됐다”며 “(세계일보가 보도한 문건과) 유사한 게 있다”고 말을 바꿨다.

본보 취재 결과 세계일보 보도와 같은 문건을 포함해 유사한 문건이 여러 건 있고, 내용이나 순서가 계속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들 가운데 청와대 내부 인사 6명, 외부 인사 4명을 십상시로 지목한 문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체가 없는 ‘십상시’가 단체로 몰려다니며 공개된 장소에서 식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문건은 완벽한 허구”라고 주장했다. 문건에 ‘회합’ 장소로 거론된 중식당 관계자는 “정 씨나 청와대 직원들이 찾은 적이 없다”며 “정 씨 가족이 7, 8년 전부터 (같은 사장이 운영하는) 다른 중식당을 자주 찾았는데 그곳에도 정 씨는 지난해부터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8일 박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 씨 등이 연루된 청와대 보고서가 보도된 것과 관련해 “국정농단 세력이 확인된 만큼 진상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성명 기자
#정윤회 국정개입#청와대 문건 유출#십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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