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7월 매주 토요일자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85)의 회고록이 23일 한 권의 책(사진)으로 나왔다. 제목은 ‘순명(順命)’.
평생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 살았지만 김대중 정부 초기 당시 여당 소장파들로부터 ‘2선 후퇴’를 요구받고 ‘순명’이란 말을 남기고 물러난 데서 따왔다. 권 고문의 고교 후배이자 측근인 이훈평 전 의원은 “평생을 DJ만 생각한 사람이다. ‘순명’처럼 권노갑의 삶을 압축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고 했다. 다음은 권 고문과의 일문일답.
―회고록을 본 소감이 있다면….
“어제(22일) 인쇄소에서 책을 받아 새벽까지 읽고 또 읽었다. 대통령(DJ)과의 추억이 새록새록했다. 새삼 그리웠다.”
―한 번도 ‘DJ’란 이니셜로 부른 적이 없는데….
“평생 스승이었던 분을 어떻게 약칭으로 부를 수 있나.”
―지난해 8월 한국외국어대에서 최고령으로 영어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모교인 동국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매주 화·목·금요일에 3시간씩 강의를 듣는다. 젊은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니 마음도 젊어지고 기억력도 되살아나는 것 같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 통역관으로 근무했고 1963년 DJ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목포여고 영어교사로 재직해 영어에는 조예가 깊은데….
“변하지 않는 지식은 없다. 매일 새벽 ‘뉴욕타임스’ 등 유력 영자지를 읽고 영한사전을 뒤적인다. 국내 일간지도 모두 읽는다. 신문만큼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고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
―후배 정치인에게 충고를 한다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라. 좋은 스승을 만나려고 노력하기보다 스스로 최선을 다하라. 그래야 좋은 스승도 얻을 수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2인자’로 불렸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권서여무(權逝如霧·권력이란 안개처럼 사라진다)….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켜야 한다는 목표는 이 땅의 민주화와 맞물린 것이었기에 인생의 중요한 과제였지만 권세는 내 인생의 목표가 아니었다.”
책에는 DJ 정부 출범 이후 비사가 빼곡하게 담겼다. 엮은이는 동아일보 김창혁 정치전문기자. 굵직굵직한 대목마다 ‘footnote(각주)’를 달았다. 그는 “회고록은 ‘일면적 진실’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회고록 속 주요 사건을 재구성해 각주를 붙여야 한다고 봤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