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逝如霧… 내 인생의 목표는 권세가 아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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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연재 회고록 ‘順命’ 출간한 새정치聯 권노갑 상임고문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이 7월 17일 동아일보 회고록 연재를 위한 마지막 회의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동아일보DB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이 7월 17일 동아일보 회고록 연재를 위한 마지막 회의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동아일보DB

올 1∼7월 매주 토요일자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85)의 회고록이 23일 한 권의 책(사진)으로 나왔다. 제목은 ‘순명(順命)’.

평생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 살았지만 김대중 정부 초기 당시 여당 소장파들로부터 ‘2선 후퇴’를 요구받고 ‘순명’이란 말을 남기고 물러난 데서 따왔다. 권 고문의 고교 후배이자 측근인 이훈평 전 의원은 “평생을 DJ만 생각한 사람이다. ‘순명’처럼 권노갑의 삶을 압축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고 했다. 다음은 권 고문과의 일문일답.

―회고록을 본 소감이 있다면….

“어제(22일) 인쇄소에서 책을 받아 새벽까지 읽고 또 읽었다. 대통령(DJ)과의 추억이 새록새록했다. 새삼 그리웠다.”

―한 번도 ‘DJ’란 이니셜로 부른 적이 없는데….

“평생 스승이었던 분을 어떻게 약칭으로 부를 수 있나.”

―지난해 8월 한국외국어대에서 최고령으로 영어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모교인 동국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매주 화·목·금요일에 3시간씩 강의를 듣는다. 젊은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니 마음도 젊어지고 기억력도 되살아나는 것 같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 통역관으로 근무했고 1963년 DJ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목포여고 영어교사로 재직해 영어에는 조예가 깊은데….

“변하지 않는 지식은 없다. 매일 새벽 ‘뉴욕타임스’ 등 유력 영자지를 읽고 영한사전을 뒤적인다. 국내 일간지도 모두 읽는다. 신문만큼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고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

―후배 정치인에게 충고를 한다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라. 좋은 스승을 만나려고 노력하기보다 스스로 최선을 다하라. 그래야 좋은 스승도 얻을 수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2인자’로 불렸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권서여무(權逝如霧·권력이란 안개처럼 사라진다)….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켜야 한다는 목표는 이 땅의 민주화와 맞물린 것이었기에 인생의 중요한 과제였지만 권세는 내 인생의 목표가 아니었다.”

책에는 DJ 정부 출범 이후 비사가 빼곡하게 담겼다. 엮은이는 동아일보 김창혁 정치전문기자. 굵직굵직한 대목마다 ‘footnote(각주)’를 달았다. 그는 “회고록은 ‘일면적 진실’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회고록 속 주요 사건을 재구성해 각주를 붙여야 한다고 봤다”고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권노갑#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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