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미달 자사고 8곳 “신입생 모집중 찬물 끼얹나” 격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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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4일 ‘탈락명단’ 발표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종합평가 결과가 일부 알려지면서 기준점수 미달 자사고를 중심으로 교육현장에 혼란이 심해지고 있다. 아직 최종 탈락은 아니지만 기준점수(70점)에 미달한 경희 배재 세화 숭문 신일 우신 중앙 이대부고 등 8개교는 “당장 내년 신입생 모집부터 차질을 빚을 것 같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현재 2015학년도 신입생을 모집 중이다. 시교육청의 4일 최종 결과 발표에 따라 이들 중 상당수가 2016년부터 일반고로 강제 전환될 전망이어서 신입생 모집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배재고 김용복 교장(전국자사고교장단협의회장)은 “지금 신입생을 모집 중인데 타격이 크다”며 “어느 학부모가 (자사고) 지정이 취소될지 모르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겠느냐. 불안감을 조성해 자사고를 고사시키려는 시교육청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일부 자사고에서는 지정취소 여부를 묻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고 학부모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자녀가 이대부고에 다니는 한혜정 씨(51) “나라에는 법이 있고, 일사부재리원칙이 있는데 평가를 두 번도 모자라 세 번이나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우신고 학부모 김미화 씨(52)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명단에 올라 급하게 학부모회의를 소집했다”며 “주말이 추석연휴인데 엄마들은 피가 마르고 명절도 이미 버린 상태”라고 말했다. 자사고 학부모들은 3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 예정이다.

자사고 지정 취소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은 8개 고교의 학생들도 걱정스러운 모습이었다. 한 이대부고 학생은 “조회시간에 우리 학교가 일반고로 바뀔 수도 있다고 선생님이 말했다”며 “공부하기도 좋고 잘 가르치는 학교를 왜 가만두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일고에 재학 중인 안모 군(17)은 “어제 종례시간에 선생님이 우리 학교가 탈락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진짜가 될 줄은 몰랐다”며 “부모님이 계속 신경을 쓰시면서 속상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탈락 학교 명단을 4일 발표하려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보다 앞서 평가 결과가 노출되면서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대략적인 수와 명단이 공개된 상황에서 탈락 학교 수를 줄일 경우 공정성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교육부도 교육감에게 부여된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을 교육부로 가져오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1일 입법예고하며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반면 조 교육감의 지지 기반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일 성명을 통해 “조 교육감은 공약대로 자사고를 전면적으로 지정 취소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조 교육감이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이은택 nabi@donga.com·임현석 기자
#서울시교육청#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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