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살아있다” 시신 7년째 거실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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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시신방치 약사 부인 입건 “약품처리 안했는데 안썩고 건조”

아내가 암으로 숨진 남편의 시신을 수년 동안 집 안에 유기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남편 신모 씨의 시신을 집 안에 방치한 혐의(사체유기)로 아내 조모 씨(47·약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 씨의 동료 약사의 신고를 받고 지난해 12월 19일 조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의 시신은 발견 당시 거실 TV 맞은편에 TV를 시청하는 자세로 눕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불에 덮여 있던 시신은 미라처럼 말라 있었다.

조 씨는 경찰에 붙잡힌 순간에도 “남편은 살아있다. 기도하면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생, 중학생, 대학생 자녀들도 아버지가 살아있다고 믿으며 등교할 때 시신에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집에는 조 씨와 자녀 3명, 시누이가 함께 살았다.

미스터리한 부분은 시신이 왜 썩지 않고 미라가 됐는가 하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시신에서는 약품처리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약사인 아내가 부패를 막기 위해 약품처리를 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부검 결과 예상이 빗나갔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의조차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며 “특이점이라면 아내 조 씨가 매일 남편의 시신을 물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줬다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숨진 신 씨의 마지막 병원 진료기록이 2006년이었던 점으로 미루어 2006년이나 2007년경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 씨는 살아있었다면 50세”라며 “몇 살에 죽었는지, 몇 년 동안 미라 상태로 방치됐는지 가족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고 밝혔다. 조 씨는 남편이 죽은 뒤에도 약국 영업을 계속했으며 집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그동안 현관에 두꺼운 커튼을 치고 생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시신방치#약사#미라#사체 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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