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초조한 北-美 ‘빅딜 교감’… 핵사찰-개성공단 카드교환 타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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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 모두 이번에는 꼭 손에 잡히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3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양측의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다음 달 말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미는 미국 워싱턴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의 연이은 접촉을 통해 ‘빅딜’의 분위기는 만들었다는 게 한국 정부의 판단이다. 청와대에서는 “대표적 비핵화 조치인 영변 핵시설 검증을 위해 자연스럽게 미국의 평양 연락사무소가 개설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북핵 논의가 보여주듯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명시적 조치들이 합의문에 담길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 어느 때보다 성과가 필요한 북-미 정상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미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미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간 스톡홀름 면담을 통해 2차 정상회담의 큰 내용을 조율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 제재 해제를 교환하고,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자는 것에는 뜻이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빅딜’은 들어봤어도 ‘스몰딜’이란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북-미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일부 제재 완화를 주고받는 ‘스몰딜’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이를 넘어 완전한 비핵화까지 포함하는 ‘빅딜’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미는 이를 위해 구체적인 단계별 조치 사항들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검증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고, 미국은 석유 수입 제한 조치 해제, 개성공단의 조건부 재가동 등을 제시했다. 스톡홀름에서 비건, 최선희를 만났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3일(현지 시간) 한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향후 북-미 협상에 대해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북-미가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는 것은 양측 모두 내부에 보여줄 성과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내부에서는 ‘지난해부터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있는데,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이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와 역대 최장기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국내 여론 전환 등을 위해 북핵 협상의 성과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 靑, 북-미가 집중할 수 있도록 ‘로 키’ 행보할 듯

북-미는 정상회담 직전까지 물밑 조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여섯 차례, 싱가포르에서 열 차례가량 만나 합의문을 조율했다.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여권 인사는 “이번에도 수차례의 물밑 접촉이 추가로 있을 것이고, 판문점에서 협상이 이어질 수도 있다”며 “그래야만 북-미 정상이 마주 앉아 비핵화의 입구와 끝을 합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미가 빅딜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고 해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전망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동시 행동’을 강조했던 것처럼 단계별 조치의 순서, 시점 등을 두고 여전히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합의문에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 비핵화 조치들과 달성 시점이 담기지 않으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제는 ‘로 키’로 지켜보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22일 열린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회의에서도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는 3자로서 협상에 개입하기보단 상황 관리에 집중하자”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북미 정상회담#비핵화#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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