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당 인적 쇄신,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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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5일 현역 의원 21명을 당협위원장에서 배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인적 쇄신을 결정했다.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뿐만 아니라 김무성 김용태 권성동 의원 등 탈당파 비박계 의원들도 포함됐다. 계속되는 침몰에도 변화를 거부해온 한국당의 재건을 위한 새로운 몸짓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환골탈태 없이는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한국당의 위기 수준을 놓고 볼 때 이 정도 쇄신으로 보수 재건을 위한 추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적 쇄신 대상이 된 의원들은 술렁이지만 원유철 윤상현 의원이 어제 수용 의사를 밝히는 등 전체적인 반발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협위원장 배제가 총선 공천 배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데다 총선이 아직 1년 4개월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소극적인 것도 인적 쇄신의 충격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

인적 쇄신의 기준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2016년 총선 공천 파동, 탄핵, 분당(分黨), 지방선거 참패 등에 대한 책임을 기준으로 삼고 강세 지역에서 안주해온 다선 의원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고 하는데 그 정도는 최악의 위기상황이 아닌 평상시에도 당연히 했어야 하는 수준이다. 기득권에 안주해온 의원들, 막말로 보수의 품위를 구긴 인물들이 청산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최소한 병역과 납세 등 보수의 가치를 충실히 하지 않은 인물들은 당에 발붙이지 못하게 했어야 한다.

쇄신은 규모보다 질이 중요하다.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공천 때 현역 의원의 37.6%를 교체하고도 29.1%를 교체한 민주당에 참패했다. 당시 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만년 운동권’ 이미지를 벗기 위해 이해찬 정청래 등 당의 얼굴급들도 예외 없이 컷오프한 반면 새누리당은 친박 색채 강화라는 퇴행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이제 변화의 시동을 건 것에 불과하다는 각오로 지속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 2차, 3차 인적 쇄신과 더불어 새 인물 수혈로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 앞으로 진행될 당협위원장 79곳의 공모를 창당 이래 가장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룬다는 각오를 갖고 이를 시스템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룰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만이 유능하고 젊은 새로운 인재들을 모아 보수를 재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자유한국당#인적쇄신#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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