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교육 통해 창의적 인재 육성… 창업선도대학 도약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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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년 맞은 황준성 숭실대 총장

숭실대 황준성 총장은 1989년 독일 베를린자유대 유학 시절 직접 독일의 통일 과정을 목격했다. 황 총장은 “베를린에서 공부할 때 동독과 서독의 경제 제도 비교도 많이 하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도 직접 봤다”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통일이 올 수도 있는 만큼 미리 통일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숭실대 황준성 총장은 1989년 독일 베를린자유대 유학 시절 직접 독일의 통일 과정을 목격했다. 황 총장은 “베를린에서 공부할 때 동독과 서독의 경제 제도 비교도 많이 하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도 직접 봤다”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통일이 올 수도 있는 만큼 미리 통일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앞으로는 전문적인 깊이도 중요하지만 융·복합적 문제 해결 능력을 지닌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숭실대는 이런 인재를 만들기 위해 거의 혁명에 가까운 교육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7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총장실에서 만난 황준성 숭실대 총장(64)은 ‘혁신’을 자주 언급했다. 황 총장이 강조한 혁신은 급진적이고 위에서 주도하는 일방적인 혁신이 아니다. 점진적이면서도 밑에서부터의 자발적인 혁신이다. 올해 취임 2년째를 맞은 황 총장은 “지난해 개교 120주년을 맞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숭실 4.0 비전’을 발표하고 창의적 인재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숭실 4.0 비전은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될 융·복합 교육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캠퍼스 조성을 통한 특화된 연구 △국내 최고의 창업 선도 대학으로의 도약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는 숭실 기독교 정신 확산 △미래 통일 한국의 평양 숭실 캠퍼스 재건 등이다.

―총장 취임 2년째다. 그동안의 성과는….

“총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바로 준비했다. 정원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숭실대를 바라보는 명성의 문제라 생각해 사활을 걸었다. 다행히 구성원들이 헌신해준 덕분에 자율개선대학으로 평가를 받았다. 대학 경쟁도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45개 학과 모두가 숭실대를 대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학과를 집중해 융·복합 분야로 특성화시키려고 한다. 대표적으로 2017년부터 시작한 ‘DIY자기설계융합전공’ 제도는 학생 스스로 교과목을 구성해 학교의 승인을 받은 후 전공을 이수하는 제도다. 교과목 구성을 교내 개설 과목으로 한정하지 않고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교류 대학의 교과목까지도 구성할 수 있다. 임기 중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국가 연구과제를 수주했다. 지난해 350억 원, 올해 400억 원 정도 지원을 받았다. 숭실대에 없었던 역사를 구성원들이 만들어 주고 있어 보람 있고 뿌듯하다.”

―숭실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1960년대 컴퓨터를 도입하고 전자계산학과를 개설하는 등 정보기술(IT) 선도대학인데 4차 산업혁명 대비는….

“강의실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시대는 끝났다. 지식은 온라인에서 습득하게 하고 강의실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요구되는 소양인 4C(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 Creativity·창의성, Collaboration·협업, Communication·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SW중심대학 사업’에 선정됐다. 2021년까지 66억 원을 지원받고 성과에 따라 최대 2023년까지 총 106억 원을 지원받는다. 8월에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전담할 ‘스파르탄SW교육원’을 열었다. SW융합전공 체계도 확대 개편해 기존 빅데이터, 스마트자동차에 AI로봇, 지능형 콘텐츠를 2019학년도에 신설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창의적이고 융·복합적 마인드를 가진 학생이 미래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교육혁신센터를 만들고 프로그램과 가이드를 제작해 교수들에게도 전파하고 동참하도록 하고 있다.”

―융·복합적 인재를 키우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맞다. 금방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으로 약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약 21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발표했다. 빠른 시대적 수요에 맞춰 교육도 혁신되어야 한다. 앞으로 그것이 미래 교육의 모습이고 숭실대가 선도적으로 나가려고 한다. IT를 선도하는 대학인 만큼 융·복합 분야도 인문학과 함께 만들어 가려고 한다. 한 분야의 전문 지식보다는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소통 능력이 중요한 역량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2년 동안 융·복합 특성화 사업단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또 융합특성화자유전공학부에서 빅데이터, 에너지공학, 통일외교 및 개발협력, 스마트자동차 그리고 정보보호, ICT 유통 물류 등 6개 전공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자율개선대학으로 교육부 예산을 지원받는데 그중 일부를 투입해 융·복합 분야를 지속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창업 지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창업선도대학’으로서 숭실대의 강점은….

“지난해 창업선도대학 2차 연도 성과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달성했다. 창업아이템 사업화 지원 사업으로 341명 일자리 창출, 230억 원 매출, 창업 교육생 1908명 배출, 창업동아리 32개 발굴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대학 최초 최단 기간 최우수 등급 달성이다. 학교 내의 창업지원단과 경력개발센터 등 여러 기관이 연대해 학생들의 창업도 지원하고 있다. 2017년부터 공학 계열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해 작품 기획에서 제작까지 전 과정을 체험하는 캡스톤 디자인을 인문, 경제통상, 융합 계열 등 7개 전공으로 확대했다. 향후 전체 학과로 캡스톤 디자인을 확대할 방침이다. 6월에는 재학생이 사업 아이템을 기획하고 창업하기까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창의 공간인 ‘스타트업 펌프 벤처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창업 동아리, 창업 장학금, 창업 휴학제, 지도교수제를 만들어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미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창업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

―창업과 함께 취업도 중요하다.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숭실대의 전략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경력개발센터를 총장 직속 기구로 두고 2주에 한 번 인재개발위원회를 열어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 4년제 대학 중 취업률 6위를 기록하는 등 취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숭실대에서 열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중요한 회의로 대학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열린 건 처음이었다. 청년 취·창업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창업이 체계적으로 활성화된 대학을 조사하다가 숭실대로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숭실대의 노력을 인정해 준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

―숭실대는 ‘통일선도대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 통일 교육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121년 전 평양에서 13명의 학생을 데리고 출발한 숭실대는 1938년 일제강점기 때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자진 폐교한 유일한 대학이다. 그 뒤 1954년 서울에서 문교부의 인가를 받아 최초의 근대 대학으로 재건됐다. 숭실대에 통일이 시대적 숙명이자 사명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로 그 어느 때보다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넘어야 할 산도 많고 갈 길도 멀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통일이 올 수도 있다. 통일에 대한 선제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준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인적 자원과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 숭실대는 통일에 준비된 인재를 키워내고 싶다.”

―통일에 준비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어떤 통일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지.

“통일은 우리 민족의 살길이다. 우리 민족 전체가 다시 한번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성장동력이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숭실대는 2014년 한국 최초로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교양 필수과목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개설하고 왜 통일이 필요하고, 통일이 되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교육하고 있다. 합숙캠프인 숭실평화통일스쿨 운영으로 통일에 대한 실용적인 토론식 공부도 실시하고 있다. 기독교통일지도자훈련센터를 통해 석·박사 학위과정을, 숭실평화통일연구원에서 좀 더 심화된 통일 연구를 하고 있다. 10월 ‘평양 숭실 재건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5개년 로드맵을 짜고 이를 실행할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 어떤 대학보다 통일에 대한 선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74학번으로 숭실대에 입학해 40년 넘게 숭실대와 인연을 맺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목표는….

“또 다른 100년을 위한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 학사구조와 조직 개편 등 많은 분야에서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지만 급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느리더라도 구성원 모두가 소통하고 설득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싶다. 현안을 해결할 임무도 있지만 먼 미래를 그려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숭실대#황준성 총장#창업선도대학#통일선도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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