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靑사칭 사기 알려라”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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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사기 사례 6건 이례적 발표
대통령 사칭해 문자메시지 보내 수억원 받아 가로챈 사건도
“심각성 고려 국민에 공개 지시”

A 씨는 올 2월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보좌관으로 일했다”며 B 씨와 C 씨에게 접근했다. 그는 두 사람에게 “한 수석으로부터 재향군인회가 소유한 800억 원 상당의 리조트를 280억 원에 매입할 권한을 받았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이어 “리조트 매입을 위해 350억 원을 대출받을 예정이다. 은행에 리베이트를 줘야 하니 4억 원을 빌려주면 13억 원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A 씨는 실제로는 한 수석의 보좌진으로 근무하거나 등록한 적이 없는 인물. 그는 한 수석의 선거운동을 잠시 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5차례에 걸쳐 4억 원을 받아 가로챘다.

청와대는 22일 A 씨 사례 등 수사, 재판이 진행 중인 6건의 대통령과 친인척, 청와대 고위 인사 사칭 사기 범죄를 공개했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명의로 나온 이날 발표는 “대통령 및 청와대 주요 인사와 관련한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에 속아 막대한 재산 피해를 보는 경우가 없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

이날 공개된 사건 중에는 문 대통령을 직접 사칭한 사건도 있다. 사기 전과 6범인 D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지방 유력자들에게 문 대통령 명의로 “도와 달라”는 취지의 가짜 문자메시지를 보내 수억 원을 받아 가로챘다가 수사를 받고 있다. 사기 등 전과 6범인 E 씨는 구치소에서 알게 된 한 여성의 자녀들을 찾아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15년 전부터 알고 지낸다. 모친을 사면해주는 조건으로 임 실장이 3000만 원을 달라고 한다”며 돈을 받아 챙겼다.

이 밖에 “싱가포르 자산가가 재단 설립을 위해 보낸 6조 원을 인출하려면 이정도 대통령총무비서관 도움이 필요한데 접대비가 필요하다”며 피해자 두 명으로부터 1억 원을 뜯어낸 사건도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이나 참모진을 사칭한 사기 사건을 모아서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사기 사건이) 지난해까지는 한두 건 정도였지만 점차 누적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 문 대통령이 특별히 공개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발표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놓고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공수처 설치가 지연되고 특별감찰관도 공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통령과 친인척, 측근 감찰은 민정수석실이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이 같은 사례에 전혀 개입된 바 없다”며 “만일 불법행위 가담이 조금이라도 확인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징계 및 수사 의뢰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청와대#사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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