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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 쉬었다 또 오를까” “전세금 떨어져 갭투자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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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 쉬었다 또 오를까” “전세금 떨어져 갭투자 위험”

주애진 기자 , 강성휘 기자 , 박재명 기자 입력 2018-07-28 03:00수정 2018-07-28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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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8·2 부동산대책 1년’… 샐러리맨 4인의 ‘뒷담화’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모처럼 A회사 영업1팀 4명이 모두 모인 회식 자리였다. 삼겹살을 굽던 막내 윤 대리(33)가 집게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들의 화제는 석 달 전 결혼한 윤 대리의 신혼생활로 흘러가던 차였다. 쑥스러운 듯 웃던 윤 대리는 집 이야기가 나오자 시무룩해졌다. 발이 닳도록 신혼집을 구하러 다녔지만 결국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전세금 1억 원짜리 자취방에 신혼살림을 차렸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본보기집을 찾아다녔지만 아파트 분양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당첨자 발표일이면 윤 대리는 “이게 다 8·2부동산대책 때문”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1년 전 발표한 8·2대책 때문에 청약가점 30점대(만점 84점)인 자신은 서울에서 당첨되긴 글렀다는 것이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면적 85m² 이하 아파트는 청약가점이 높은 순서대로 뽑는 가점제 적용 물량이 100%로 확대됐다.

“요새 전세금이 떨어져서 갭투자는 위험하다던데….” 이 차장(44)이 집게를 주워들며 중얼거렸다. 지난해 7월 71.0%였던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올해 6월 67.6%로 떨어졌다. ‘갭투자의 성지 노원구, 역전세 위기’ ‘성북구도 전세가율 80% 선 붕괴’ 같은 뉴스가 연일 쏟아지기도 했다.

본보기집 대신 동네 부동산 중개업소를 돌기 시작했다는 윤 대리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8·2대책 때문에 청약은 안 되지, 대출도 막혔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줄었으니 6억 원짜리 집을 사려면 최소 3억6000만 원은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는 거잖아요. 월급쟁이가 그런 돈이 어딨어요. 그래도 홍은동은 아직 집값이 싸니까 4억 원대 초반 아파트를 2억 원대 전세를 끼고 사두는 게 낫대요. 솔직히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했지만 올해도 올랐잖아요. 지금이라도 사야 하지 않나 조바심이 든다니까요.”

“그건 윤 대리 말이 맞아. 서울 아파트는 쉬었다가 오르고, 쉬었다가 또 오른다는 말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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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차장(44)이 맞장구를 치자 옆자리에 앉은 김 팀장(49)은 “이 사람, 막차 잘 탔다고 지금 자랑하는 거야?”라며 웃었다. 박 차장이 지난해 12월 초에 산 서울 용산구 이촌동 LG한강자이 아파트(전용면적 133.78m²) 이야기였다. 8·2대책 발표 직후 주춤했던 서울 집값이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한 때였다. 16억7000만 원에 산 아파트의 시세는 최근 20억 원까지 올랐다.

“에이, 그런 게 아니라요. 그런 거면 팀장님이야말로 진정한 승자 아닙니까. 강남 재건축 조합원인데.”

박 차장의 말에 김 팀장은 웃음 띤 표정으로 소주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내가 늘 강조했잖아. 강남 집값에는 천장이 없다고.”

김 팀장은 사내에서도 유명한 ‘강남 불패론자’였다. 정부가 강남을 규제할수록 집값을 밀어 올리는 역효과만 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우수한 생활 인프라, 뛰어난 교육환경은 강남을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만들지만 정부는 재건축을 억누르는 규제로 가뜩이나 부족한 공급을 더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08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 41.98m² 아파트를 7억5000만 원에 샀다. 노무현 정부의 ‘규제 종합세트’로 불린 2005년 ‘8·31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2년여가 지난 때였다. 4억 원의 대출을 끼고 산 이 아파트는 올 5월 16억6000만 원에 거래됐다. 8·2대책으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됐지만 장기 보유자 등 일부는 거래가 가능하다.

“올 초 확 늘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4월 이후 뚝 끊겼는데 집값은 크게 안 떨어지고 제자리잖아. 왜 그런 줄 알아? 나처럼 강남에 ‘똘똘한 한 채’ 가진 사람들은 8·2대책으로 재건축 틀어막고, 다주택자들 양도세 중과하고, 대출 규제 강화해도 안 팔지. 그냥 적당히 세금 내면서 집값이 더 오를 때까지 버티면 돼.”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박 차장과 윤 대리가 건배하자는 뜻으로 각자 앞에 놓인 소주잔을 치켜들었다. 아무 말 없이 고기만 뒤집던 이 차장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 차장,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어… 아니 그냥…. 담배 생각이 나서. 잠깐 나갔다 올게요.”

허둥지둥 일어난 이 차장은 식당 밖으로 나왔다. 자욱한 연기로 농밀해진 실내 공기보다 참기 힘든 더운 바람이 얼굴을 감쌌다. 불판의 열기와 에어컨 바람이 뒤엉킨 실내가 열대야의 거리보다 나았지만 다시 들어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파트, 이 세 글자만 들어도 속이 쓰려서다.

이 차장은 요즘 집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가슴을 친다. 무주택자인 그도 지난해 6월 집주인이 될 ‘뻔’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 되니 아내가 집 이야기를 자꾸 꺼냈다. 회사 생활 15년간 꾸준히 모은 전세금 5억 원을 빼면 대출을 받아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의 7억 원짜리 신축 아파트 정도는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새 정부 초기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집값만큼은 반드시 잡겠다”고 공언하는 정부를 거스르고 집을 산다는 건 도박 같았다. 기다리면 더 싼값에 살 수 있으리란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웬걸, 지난 1년간 서울 집값은 6.6% 뛰었다. 점찍어뒀던 아파트의 시세는 10억 원대로 치솟았다. 어제도 그는 고교 동창과 술잔을 기울이다 “아파트 값이 폭락해 버렸으면 좋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차장이 자리로 돌아왔을 때도 동료들의 관심은 여전히 집값에 머물러 있었다.

“생각해 보면 8·2대책 직후엔 집값이 한풀 꺾이는 거 같았는데. 9월이었나, 강남 쪽은 아예 하락한 적도 있었잖아.”

“강남은 올해도 재건축 때문에 한참 난리친 뒤에 5월부터 좀 내렸죠. 근데 뭐 연초에 하도 올라서 내린 것 같지도 않아요.”

박 차장과 윤 대리는 앞으로 서울 집값이 어떻게 될지 갑론을박을 벌였다. 수요가 많은 서울 아파트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오르게 돼 있다느니, 입주물량이 많아서 적어도 당분간은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둥 최근 신문에 오르내리는 온갖 전망들이 섞였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말도 있잖아. 게다가 이미 오를 대로 올랐는데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코 꿰이는 거 아냐?”

조용히 듣고 있던 이 차장이 끼어들었다. 친한 동생이 일단 집부터 사고 봐야겠다는 생각에 덜컥 수도권의 한 아파트를 샀다가 세입자를 찾지 못해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실제로 올해 전국에서 역대 최고로 많은 44만 채 이상의 새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입주가 몰린 일부 지역에선 ‘전세대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나저나 윤 대리는 그 신혼희망타운인가, 그런 거 알아봐야 하는 거 아냐? 정부가 저출산 해결하겠다고 신혼부부한테는 특별공급도 늘리고 엄청 몰아주는 것 같던데.”

김 팀장의 말에 윤 대리는 다시 시무룩해졌다. ‘반값 아파트’니 ‘로또 청약’이니 하는 것도 자신은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그게 또 소득 기준에서 걸리더라고요. 신혼희망타운이나 일반 아파트 신혼부부 특별공급 모두 맞벌이는 합쳐서 월 소득 650만 원(3인 이하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기준)을 넘으면 안 된대요. 아내와 합쳐서 700만 원 정도거든요.”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워보려는 듯 박 차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혹시 알아? 정부가 5년 동안 무주택 서민들한테 공공주택을 100만 채 넘게 준다는데 그쪽으로 수요가 분산되면 집값이 좀 내려갈지. 강남은 그냥 ‘그들만의 리그’라고 제쳐두고, 우리 같은 사람들 좀 살 만하게 해주면 그것만 해도 성공이지.”

“그걸 기다리느니 로또에 당첨되는 게 빠르겠네. 그만 가자고. 내일도 출근해야지.”

김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머지도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따라 나섰다. 밤 11시가 넘었지만 거리의 공기에는 한낮의 열기가 그대로 배어 있었다. 낮에 같은 공간에서 일했던 동료들이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이 사회의 신분을 상징하는 각자의 ‘아파트’로….

주애진 jaj@donga.com·강성휘·박재명 기자


※ 이 글은 실제 사례를 토대로 상황을 재구성했습니다. 집값 상승률은 한국감정원 통계를 인용했습니다.
#8·2 부동산대책#아파트값#갭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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