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경 수사권 조정, 경찰권 분산·정치중립 확보가 관건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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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을 놓고 광복 이후 70년간 이어진 검경 갈등에 큰 틀에서 일단락을 짓는 합의가 나왔다. 어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합의안에 서명했다. 검찰은 그동안 기소권 외에도 모든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직접수사권 수사종결권을 갖고 있었다. 이제 수사지휘권은 없어지고 직접수사도 제한되며 수사종결권도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서만 갖게 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완성이라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영장청구권 폐지는 개헌 사안이라는 이유로 검찰에 그대로 뒀다. 대부분 주요 형사사건 수사는 압수수색과 인신 구속을 위한 영장 청구가 필요하다. 검찰이 경찰의 신청을 받아주느냐 마느냐에 따라 수사를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제한한다고 했지만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사회적 중요 사건은 대부분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검찰과는 비교가 안 되는 방대한 조직과 정보망을 갖고 있는 데다 이번에 독자적 수사권까지 갖게 돼 권력이 한층 비대해졌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대신 국가경찰과 지방경찰에 수사권을 분산하고 있다. 현재 제주에서 시범 실시되는 자치경찰제에서 자치경찰은 수사권이 없는 방범대원 역할에 그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지방분권위원회는 ‘무늬만 자치경찰’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한들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자치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검찰에서는 수사의 사법 통제가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나오고 반대로 경찰에서는 실리는 검찰이 다 챙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입장에서는 경찰에서 조사받은 것을 검찰에서 또다시 조사받는 사건이 줄어든다는 것 말고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려운 자기들끼리의 얘기이다. 검경이 조직이기주의로 모처럼의 성과를 되돌려서는 안 된다.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수사권이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보장 확대와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다. 검경의 상호 견제가 피의자 인권 보장으로 이어지도록 검경 모두 노력해야 수사권 조정의 의미가 있다. 최근 경찰의 ‘드루킹 댓글’ 수사에서 보듯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은 검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는 것을 계기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을 임명하는 구조를 견제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경찰권 분산#정치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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