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법연구회 판사들 행정처-중앙지법 대거 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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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첫 법관 정기인사
사법부 개혁 움직임 가속도… 고법판사 늘려 지-고법 인사 분리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방법원 부장판사 및 고법 판사 이하 법관에 대한 정기인사를 단행하며 취임 후 첫 법관 인사를 마무리했다. 김 대법원장을 지지해온 진보성향 법관들이 대거 요직에 배치돼 사법부 개혁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13일 지방법원 부장판사 393명, 고법 판사 49명, 지방법원 판사 537명의 정기인사를 26일자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인사에서는 사법연수원 30∼32기 판사 30명이 고법 판사로 새로 보임됐다. 지난해의 14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이는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법관 인사를 분리하는 법관인사 이원화를 정착시키려는 조치다.

이번 인사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법원행정처와 서울중앙지법에 전진 배치됐다. 인권법연구회 창립 멤버로 김 대법원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동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26기)는 서울중앙지법에 보임됐다. 이 부장판사는 2010년 서울남부지법에 근무할 때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이른바 ‘공중부양’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내려 주목받은 바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인권법연구회 핵심 리더’로 지목됐던 송오섭 서울중앙지법 판사(45·34기)는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을 맡았다. 송 판사는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송 판사와 이 부장판사는 인권법연구회 내부의 개혁적 법관 모임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에도 속해 있다.

법원행정처의 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축소 외압 의혹을 계기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58·16기)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발령이 났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를 요구하며 지난해 7월 항의성 사표를 냈던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53·23기)도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게 됐다. 두 사람은 모두 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최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 취임 후 꾸려진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7·구속 기소) ‘댓글 사건’ 1심 재판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선고하자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고 비판해 징계를 받았던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49·25기)도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게 됐다.

법원 안팎에서 김 대법원장의 복심으로 꼽히는 김기영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50·22기)는 이날 인사에서 같은 법원 수석부장판사로 발령이 났다.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에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현룡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54·22기)가 보임됐다.

인권법연구회 회원으로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요구에 앞장섰던 차성안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41·35기)는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법원행정처의 인권법연구회 외압 의혹 등을 처음 제기했던 이탄희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40·34기)는 헌법재판소에서 파견 근무를 하게 됐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사법행정과 주요 재판에 김 대법원장이 추구하는 개혁적 색채가 더 강하게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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