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헝클어진 한중관계, 경협 실타래부터 풀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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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베이징대 연설에서 양국의 4차 산업혁명 협력을 역설하며 “한중 간 경제협력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방중 첫날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는 미래 지향, 사람 중심, 제도기반 강화라는 경제협력의 3대 원칙을 제시했고, 어제 열린 리커창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중단된 경제 부처 간 소통 채널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간 새로운 경제협력의 패러다임을 구축하자는 게 문 대통령 구상의 핵심이다.

오늘 문 대통령은 중국 내륙의 물류도시이자 시진핑 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출발점인 충칭(重慶)을 방문한다. 충칭에선 현대자동차의 제5공장을 방문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도 찾는다. 이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참여 의지를 보여주고, 동시에 양국민의 공동 항일 투쟁을 회고함으로써 사드로 악화된 정서적 유대를 복원하자는 뜻일 것이다.

한중 관계는 지금 사드로 촉발된 안보 갈등으로 교착상태다.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에서 보듯, 경제협력은 정치적 갈등이 불거지면 일거에 흔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상호 윈윈이 확실한 분야의 경협은 정치적 갈등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1년 남짓한 사드 갈등에도 올해 9월까지 대중(對中) 수출이 지난해보다 13.4%나 증가한 것은 중국이 꼭 필요로 하는 한국의 반도체 수입이 전년보다 52.7%나 늘었기 때문이다. 철강 자동차 조선 등 핵심 제조업이 이미 한중 경쟁구도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대중 수출의 81%는 중간재이고 의료, 환경, 정보통신 등 협업을 통해 세계시장을 개척할 곳이 적지 않다.

신화통신과 런민일보는 어제 한중 정상회담을 머리기사로 보도하면서 “양국 정상이 중한(中韓) 관계를 안정적인 상태에서 멀리 가도록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방중 초기 냉랭했던 태도와 달라진 분위기도 감지된다. 교착된 한중 관계는 양국이 필요로 하는 경협부터 단추를 채워 나갈 필요가 있다.
#문재인#4차 산업혁명#사드#한중 관계#중국 경제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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