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상화폐 투기는 막되 기술혁명의 싹은 살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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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투기에 대한 고강도 규제책 마련에 착수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1년 만에 최고 20배 이상으로 뛰고 청소년과 주부까지 가세하는 과열 양상을 보이자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이 거래 자격과 금액을 제한하거나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를 무더기로 정리하는 방안 등을 이번 주 논의해 내놓을 계획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소비자보호장치를 둔 거래소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도 검토된다.

미국은 오늘 오전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하며 가상화폐를 제도권 내로 끌어들일 모양이다. 이와 달리 한국이 규제에 집중하는 것은 가상화폐가 범죄수익 은닉에 악용될 우려가 크고 거래의 투명성이 낮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가상화폐 거래소가 금융업이나 별도의 가상화폐 교환업자가 아닌 단순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된다. 외국 자본까지 낀 수많은 업체가 난립 중인데도 제도권 밖에 있어 거래 실태조차 정확히 알기 힘든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세계 11위인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세계 5위권인 것은 그만큼 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9년이 다 돼 가지만 ‘강 건너 불구경’처럼 손놓고 있던 정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뒤늦게 고강도 대책을 일시에 시행해 가격의 거품을 터뜨린다면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가상화폐에 세금을 매기고 거래소를 인가제로 바꾸면서 연착륙을 유도한 미국, 일본과 달리 우리 정부가 장기 전망 없이 무 자르듯 규제만 한다면 무책임한 태도다.

가상화폐 투기는 근절돼야 하지만 가상화폐의 원천인 블록체인 기술까지 사장시켜선 안 될 것이다. 블록체인은 개인 간 모든 거래 내용을 디지털장부(블록)에 저장하고 이를 전체 참여자에게 전달해 거래의 신뢰를 높이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올 2월 ‘동아 인포섹-정보보호 콘퍼런스’에서 블록체인이 제2의 인터넷 혁명이 될 것이라고 본 것도 바로 이 안정성 때문이다. 투기를 근절하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기술혁명의 싹까지 잘라서는 안 된다.
#가상화폐#비트코인#이더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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