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무시한 김정은, 지방 車공장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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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테러지원국 재지정]金, 대북제재에 노골적 불만 표시
北-中 기관지, 관련 소식 단신 처리

‘운전석’ 앉은 김정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남 덕천시에 있는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방문해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21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적대세력들이 앞길을 가로막아보려고 발악할수록 조선노동계급의 불굴의 
정신력은 더욱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운전석’ 앉은 김정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남 덕천시에 있는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방문해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21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적대세력들이 앞길을 가로막아보려고 발악할수록 조선노동계급의 불굴의 정신력은 더욱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쑹타오(宋濤)와의 면담을 거부한 것은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에 대한 김정은의 노골적 불만 표시이자 북핵 해법을 둘러싼 북-중과 북-미 간 갈등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쑹 부장이 귀국한 다음 날인 21일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면 최하단에 쑹 부장의 귀국 사실만 짧게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도 3면 왼쪽 하단에 1단 기사로 쑹 부장의 방북 및 귀국 사실을 간단히 보도했다.

이는 쑹 부장이 방북 3박 4일 동안 김정은을 면담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2012년 11월 리젠궈(李建國) 정치국 위원이 특사로 방북했을 때 두 신문은 김정은과 리젠궈의 회동 결과를 자세히 전했다. 특히 노동신문은 21일자 1∼3면에 김정은이 평안남도 덕천에 있는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쑹 부장이 평양을 떠난 20일 김정은이 쑹 부장을 무시하고 평양이 아닌 지방에서 자기 일정을 소화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의 특사 파견은 김정은 면담이 1차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특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시 주석은 체면이 크게 손상됐다. 쑹 부장이 빈손으로 귀국한 다음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대화 조건을 전하고 대화 복귀를 설득해 보려던 시 주석의 특사 외교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핵을 둘러싼 북-중의 파열음은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런민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21일 ‘북-중 관계는 한반도 상황에 직결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중이 양당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북 양국은 핵 문제에서 심각한 이견이 여전하다”고 인정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21일 “특사로 가서 김정은을 만나지 못했다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997년 방북했던 중국 특사단이 김정일과 만났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을 때를 제외하곤 특사단은 다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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