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95일 만에 ‘내로남불’ 홍종학으로 끝낸 文정부 組閣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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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에서 “반대가 많았던 장관님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는 가설이 있다”며 “가설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되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구동성으로 임명을 반대한 야 3당에 대해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갈 길이 아주 바쁘니 야당들도 양해해 주기를 당부드린다”며 이해를 구했다. 정부 출범 195일 만에 끝낸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구성의 마지막 단추가 ‘내로남불’의 대명사인 홍 장관이라니 유감이다.

청문회에서 드러났듯 홍 장관은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고 재산 형성 과정에서 도덕적 하자가 많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홍 장관을 고집한 것은 대선캠프 출신 코드인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럴 거면 국회 인사청문회는 왜 하는 것이며, 앞으로 무슨 면목으로 야당에 협치하자며 손을 내밀 것인가.

아무리 정권 인수기간 없이 출범한 정부라고 해도 김대중 정부 조각 당시 역대 최장 기록(174일)보다 21일이나 늦었다. 이런 늑장 조각에는 인사 추천과 검증 곳곳에서 문제점을 노출한 청와대의 책임이 크다.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고위공직자 배제 5대 인사원칙을 내세우며 자신만만하게 나섰던 문재인 정부였지만, 검증 실패로 인해 ‘인사 참사’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청와대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급 후보를 임명 강행한 것이 벌써 5번째다. 검증에 걸려 중도하차한 장관 후보자도 안경환 법무, 조대엽 고용노동,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등 3명이다. 인사청문 대상 30명 중 적격 의견을 받은 사람은 절반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인사검증을 총괄하는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청와대를 비워선 안 된다”며 국정감사 출석을 거부했다. 하지만 20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위한 당정청 협의 참석 과정에선 민주당 당직자와 비서진의 ‘경호’까지 받고 기자들 접근도 막았다. 이쯤 되면 조 수석이든, 누구든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나와야 정상이다.

국회에는 429조 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과 쟁점법안이 수북이 쌓여 있다. 오늘 열리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에 이어 감사원장 청문회도 조만간 해야 한다. 야당 협조 없이는 아무리 대통령의 중점정책이라 해도 추진하기가 녹록지 않다. 지난 6개월은 정권 출범기였다고 해도 앞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겸허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지 않는다면 어려운 시기를 만날 것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문재인 정부 내각구성#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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