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 임기’ 논란 11년째… 法 고쳐 풀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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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3일 “국회에서 먼저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를 명확히 하는 입법을 마치면 대통령은 소장을 바로 임명할 계획”이라는 브리핑을 내놓은 뒤 정치권은 또 한 번 ‘헌재소장 임기 논란 블랙홀’에 빠졌다.

“김이수 소장 대행체제를 계속 유지하자는 것이냐”는 반발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18일 “소장 임명을 입법을 전제로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선회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소장 지명은 미룬 채 공석인 헌법재판관 후보자만 발표하자 논란은 계속됐다. 19일 자유한국당에선 “개헌 또는 법 개정을 차분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인데 대통령이 정치 쟁점을 만들어 버려 더 해결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갈등 해소를 위한 최후의 심판소가 10여 년째 같은 문제로 흔들리는 것을 이제는 해결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전효숙 전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 철회 파문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6년 임기 소장’을 세우기 위해 현직 헌법재판관이던 전 후보자를 사퇴시킨 뒤 소장에 임명했다. 그러나 이는 헌법재판관 중에 소장을 임명토록 한(111조) 헌법을 위반한 행위였고, 야당의 파상공세에 3개월을 버티다 결국 노 대통령은 지명을 철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정무특별보좌관으로 뼈아픈 기억을 함께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에도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 2011년 헌법재판관이 된 박한철 헌재소장 후보자가 재판관 잔여 임기인 4년만 소장직을 수행하느냐, 새로 6년 임기를 시작하느냐의 논란이었다. 청와대는 학계 다수설인 ‘잔여임기설’을 따르면서 논쟁은 잦아들었다.

박 소장은 취임 당시 기자회견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했고, 헌재는 소장 임기를 6년으로 명시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헌법에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6년’(112조)이라는 규정만 있을 뿐 소장의 임기가 규정돼 있지 않아 발생하는 논란을 헌재법 개정을 통해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국회 차원의 해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대 국회에선 박 소장 논란 이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김진태 의원이 소장 임기를 6년으로 정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 한국당 원유철 의원 등이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여야는 그간 논의를 통해 ‘임기 문제 해소’엔 이미 공감대를 이뤘지만 방법론이 문제였다.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였던 한국당 홍일표 의원은 “당시 논의에선 이게 과연 입법 사안인지, 개헌 사안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법사위에서도 “소장 임기를 정하지 않은 게 헌법적 결단이라는 생각이 든다”(민주당) “6월까지 개헌 논의를 지켜보고 법률을 개정하자”(한국당)는 논의가 오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기 문제를 단순히 입법으로만 해결하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면서 “대통령 임명권 자체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통해 바로잡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 헌법 제111조 4항 ::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 헌법 제112조 1항 ::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

:: 헌법재판소법 제7조(재판관의 임기) 1항 ::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연임할 수 있다.
  
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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