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부 사드발표에 민감반응… 中, 경제보복에 높은 관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24일 한중 수교 25주년]빅데이터로 분석한 ‘한중 사드 인식’

올해 3월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현대, 삼성 등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하루 만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고의로 벽돌을 내리쳐 현대 승용차를 파손한 사진이 실렸다. 국영 여행사들은 한국 관광 상품에서 롯데 면세점·호텔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중국이 ‘대놓고’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단행한 것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중국에선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비난하는 여론이 증폭됐다.

반면 한국에선 4월에 사드 관련 국민의 관심도가 크게 상승했다. 박근혜 정권 종반부에 사드 배치를 두고 국민 여론이 크게 엇갈렸던 시점이다. 대선(5월 9일)을 앞두고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엇갈리는 ‘사드 배치 입장’ 역시 중국 여론을 들끓게 만든 요인이었다.

○ 한국은 사드 ‘배치’, 중국은 사드 ‘보복’

한국과 중국은 사드에 대한 국민 인식에서 온도 차가 작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네이버 트렌드’와 ‘바이두 지수’를 통해 지난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양국 누리꾼들이 ‘사드’란 단어를 얼마나 많이 찾거나 클릭했는지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기간 동안 사드를 가장 많이 검색했을 때를 100으로 정하고 검색량이 높았던 시점들만 확인해 상대적인 수치가 얼마인지 지수화했다. 네이버와 바이두는 한중 국민들이 각각 가장 많이 찾는 포털이다.

한중 수교 ‘반쪽’ 기념행사… 참석자도 100여 명 ‘썰렁’ 한중 수교 25주년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측 주최 기념행사가 열렸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된 현 상황을 반영한 듯 중국
 측은 현직 정부 인사가 아닌 천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참석했고 한국 측은 김장수 주중 대사(오른쪽)가 
참석해 약 1시간 반 만에 끝났다. 별다른 축하 공연조차 없었고 참석자는 100여 명에 불과했다. 베이징=사진공동취재단
한중 수교 ‘반쪽’ 기념행사… 참석자도 100여 명 ‘썰렁’ 한중 수교 25주년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측 주최 기념행사가 열렸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된 현 상황을 반영한 듯 중국 측은 현직 정부 인사가 아닌 천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참석했고 한국 측은 김장수 주중 대사(오른쪽)가 참석해 약 1시간 반 만에 끝났다. 별다른 축하 공연조차 없었고 참석자는 100여 명에 불과했다. 베이징=사진공동취재단

양국은 지수가 가장 높게 나온 시점부터 엇갈렸다. 한국에선 4월 26일에 최대 수치인 100을 찍었다. 한국과 미국이 사드 부지 공여 절차를 완료한 지 6일 만에 주한미군이 사드의 일부 핵심 장비를 경북 성주골프장에 전격 배치한다고 발표했을 때다. 성주 주민들이 사드 배치에 반발해 경찰과 충돌한 뉴스도 이때 부각됐다.

반면 중국에서 100이 나온 시점은 3월 3일 주간(3월 3∼9일·바이두 지수는 주간 단위로 평균값을 측정)이었다. 특히 당시 검색 빈도는 두 번째로 검색량이 많았던 7월 31일 주간의 10배에 이를 만큼 관심도가 폭발적이었다.

3월 초는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롯데 등 한국 기업들에 경제 보복을 본격화한 시점이다. 결국 중국에선 사드 자체보다 오히려 사드 사태로 파생된 감정적인 대응 및 보복에 국민적 관심이 더 쏠렸다는 의미다. 당시 선양(瀋陽)의 한 호텔 술집에선 ‘한국인과 개는 출입을 금한다’는 문구를 걸어둘 만큼 혐한(嫌韓) 감정이 극에 달했다. 바이두 지수는 사드 문제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수위가 급속도로 상승했던 지난해 11월 20일 주간에도 눈에 띄게 올랐다.

○ 중국에 소통 채널 확대해야

사드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한중의 관심도는 커졌지만 그 비중은 관심 사안에 따라 무게차가 있었다. 한국에선 한미의 사드 배치 협의 발표(73),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발표(60) 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는 자국 안보와 직결된 문제라 국민들이 공식적인 정부 발표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사드 부지 결정으로 논란이 점화될 때도 지수가 상승했다.

사드 보복에 반응이 뜨거웠던 중국은 ‘미국’이 연결될 때 관심도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한미연합사령관의 사드 전개 발표 △미군의 사드 발사대 공수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소식 등에 반응을 보였다. 권영세 전 주중 대사는 “결국 중국인들은 사드 보복은 한국을 겨냥하지만 사드 자체를 두고는 ‘중국 대 미국’의 이슈로 본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결국 반관반민(半官半民) 채널 등 소통 경로를 확대해 중국 현지에 우리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양국의 ‘히스토리’는 이제 사드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며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 입장부터 정리해 혼선을 줄여야 한중 국민들의 인식 차를 좁힐 수 있다”고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신나리 기자
#한중#사드#경제보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